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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다람쥐는 사람의 동반자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41호 27면

지인의 소개로 강원도 평창, 금당산 초입에 자리한 소나무 황토 펜션을 방문했다. 주인장 부부의 친절한 안내는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잠자리 또한 훈훈했다. 황토와 소나무로 지은 집이라 아침에 일어나니 온몸이 가뿐했다. 생생한 감각이 살아났다. 방문을 열고 바깥벽에 시선을 돌렸다. 정갈한 모양의 박이 걸려 있었다. 그 위에 쓰인 작자 미상의 시조가 눈에 띈다. 유유자적한 심경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삶과 믿음

‘앞내에 고기 낚고 뒷뫼에 산채 캐어 아침밥 좋이 먹고 초당에 누웠으니 지어미 잠깨어 이르되 술맛 보라 하더라’.
유리문에 붙은 방 이름 또한 주인장의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났다. 망월당(望月堂), 조월당(釣月堂), 회춘당(回春堂), 수복실(壽福室)은 한가로운 마음과 건강을 염원하는 뜻이 담겨 있다. 휴식공간에서 아침 식사를 하면서 주인장 부부 삶의 향취를 느꼈다. 대화는 주로 홍용(70) 대표와 진행됐다. 주변을 둘러보자 온기가 있는 난로 옆에는 몸집 작은 고구마가 자리했고 한쪽에는 씨알이 작은 토란들이 얼굴을 내밀었다.

“토란은 다섯 뿌리 사서 심었는데 저렇게 많이 수확했습니다. 고구마도 작은데 맛이 뛰어납니다. 비닐을 씌워서 기른 것과는 맛에서 차이가 납니다.” 그러면서 그는 상추·무·고추·고구마·옥수수·호박·토란·가지·깨·파 등을 심어 자급자족한다고 소개했다. 자연의 은혜로움이다. 이처럼 자연은 성장과 수확의 신비로움을 준다.

“저는 화학비료나 농약을 일절 쓰지 않습니다. 새와 다람쥐들도 먹을 수 있는 것이니까요. 인간 중심에서 벗어나는 생각을 하면 동반자 관계임을 알게 됩니다.” 그의 말에서 자연의 향기가 느껴졌다. 모든 이해를 초월한 평화였다. 그의 달관된 철학은 오래전부터 계속되어 왔다. 서울에서 건축업을 하다 외환위기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은 그는 2001년 생면부지인 이곳 평창으로 내려와 정착했다는 것이다.

“자연을 사용만 하고 버려서는 안 됩니다. 자연을 아끼고 사랑해야 합니다. 누구나 자연에서 와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존재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돕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봄·가을로 다녔던 설악산 봉정암에 대해 소개했다. 치유를 향한 여정이었다. 해발 1244m에 위치해 있으면서 밀가루와 쌀뜨물로 설거지를 하고 샴푸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는 여기에서 마음의 정화를 얻었다.

“물은 내려가면서 정화가 된다고 하지만 밑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그 자체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살아야지 하는 마음 다짐을 했습니다. 이런 실천들은 좋은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을 저절로 우러나게 만듭니다.”

그의 삶은 자연과 함께하고 있다. 아무리 풀이 무성하게 자라도 펜션 주변에 제초제를 뿌리지 않는다. 눈이 많이 와도 염화칼슘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다.
“강원도만큼 좋은 데가 없어요. 차를 며칠 놓아 두어도 먼지가 앉지 않습니다. 한여름에도 모기·파리가 없어요. 이런 자연을 나만이라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연의 고마움을 가슴에 안고 살면 부유한 마음이 됩니다.”

그는 이곳을 찾는 손님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있다. 컴퓨터와 텔레비전 보는 것을 자제하자는 것이다. 내일을 위해 명상하고 에너지를 충전하라는 충언을 아끼지 않는다. 나를 내려놓을 때 자연의 풍성함이 느껴진다는 내용이다. 자연은 바로 기쁨이 되기 때문이다.



육관응 원불교신문 편집국장. 글쓰기·사진을 통해 명상과 알아차림을 전하고 있다. 숲과 들을 접시에 담은 음식이야기, 자연 건강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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