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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G2에서 멀어지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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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임종건
한남대 예우교수
정치언론국제학

2011년 9월과 10월 사이에 러시아와 중국에서 극적으로 대조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9월24일 러시아의 집권당인 통합러시아당 전당대회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내년 3월의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10월15일부터 18일까지 중국에선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체제를 이을 권력구조 개편을 논의할 중국 공산당 17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7기6중전회)가 열렸다. 러시아에선 과거회귀이고, 중국에선 미래지향이다.

 러시아는 다당제와 자유선거제도를 갖추고 있지만 전신인 옛 소련은 공산당 일당 독재에 서기장들이 죽을 때까지 집권하던 나라였다. 스탈린이 31년, 브레즈네프가 18년간 권좌를 누렸다. 중국은 아직도 공산당 일당 국가다. 그러나 마오쩌둥(毛澤東) 주석만 종신 집권했지 그 뒤로는 임기제를 채택해 5년 임기에 1회 연임을 허용함으로써 10년을 넘지 못한다.

 푸틴은 2000년부터 2008년까지 4년 임기의 대통령을 연임했다. 그의 대통령 재임 중 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총리였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메드베데프는 “다음 대선에서 푸틴 총리를 대통령으로 지지함이 옳다”면서 후보로 지명했고, 푸틴은 “영광이다”고 화답했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 따로 없다. ‘푸틴이 스스로를 대통령으로 임명했다’는 서방 언론의 풍자가 정곡을 찌른다.

  냉전 시절 소련은 미국과 겨루는 양대 초강대국이었다. 그 경쟁은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군사력 경쟁이었다. 성격상 오래가기 어려운 경쟁이었고, 소련 해체 후 그 앙상한 몰골이 드러났다. 1980년대 중반 소련 고르바초프 서기장의 개혁·개방과 비슷한 시기에 시작된 게 중국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이다. 그 결과 중국은 지난 20여 년 사이 G2 중 하나가 되었지만 러시아는 군사력에선 미국 다음일지라도 국내총생산(GDP)에선 10등 밖으로 추락했다.

 중국은 일당 체제임에도 실용적 운용과 부패 차단, 리더십의 신진대사 장치를 이용해 체제 안정과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다. 덩샤오핑은 1982년 원로들의 은퇴를 위해 스스로 고안해낸 중앙고문위의 주임직을 퇴임하면서 “노간부의 중요 임무는 새 후계자를 선택하고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덩샤오핑 이후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 시진핑(習近平)으로 이어지는 중국의 리더십 승계는 덩샤오핑 유훈의 충실한 이행이다. 중국이 G2국가가 된 중요한 원동력의 하나이자, 러시아가 G2에서 멀어지는 이유라고 하겠다.

임종건 한남대 예우교수·정치언론국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