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황금 집착 … 다이아 박힌 권총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지난 8월 카다피 사저에서 시민군에 의해 발견된 다이아몬드가 박혀있는 카다피의 황금권총.

리비아를 42년 동안 철권통치했던 독재자가 비참한 최후를 맞는 순간 손에는 그가 가장 아끼던 황금 권총이 쥐여 있었다. 무아마르 카다피가 20일(현지시간) 고향 시르테에서 시민군에 체포될 당시 금으로 도금한 콜트45 권총을 가지고 있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금은 자동발사의 충격을 견뎌낼 수 없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권총의 소재로 사용되지 않는다. 황금에 대한 집착이 유달리 강했던 카다피는 대신 ‘군용 권총의 고전’으로 불리는 콜트45를 금 도금해 욕망을 채운 것으로 보인다.

 리비아 독재자의 ‘황금 사랑’은 유명하다. 그의 최후를 목격한 프리랜서 언론인 홀리 피켓은 자신의 트위터에 “체포 당시 황금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고 전했다.

카다피는 금으로 만든 자신의 동상을 갖고 있었고, 하인들은 금 도금한 티 트롤리(다과 운반대)에 음식을 실어 날랐다. 2008년 수도 트리폴리에서 열린 행사에는 자신이 ‘아프리카 왕 중의 왕’이라며 황금 관을 쓰고 황금 지팡이를 들고 등장했다. 외동딸 아예샤의 집에서는 ‘황금 인어’ 형상의 소파가 발견돼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심지어 카다피의 파리채도 손잡이 부분이 코끼리 모양의 금으로 장식돼 있었다. 시민군은 카다피의 요새 바브 알아지지야에서 여러 정의 황금 총을 발견했다. 금 도금한 AK-47 자동소총, 다이아몬드 등 수많은 보석이 박혀 있는 황금권총도 있었다. 카다피의 인테리어 원칙은 ‘더 크게, 더 멋있게, 더 많은 금을 씌워서’였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카다피와 비슷한 최후를 맞은 이라크 독재자 사담 후세인도 금에 대한 집착이 강해 황금권총은 물론 금 도금한 자동소총까지 갖고 있었다. 2003년 바그다드의 대통령궁을 점령한 미군은 화장실에서 황금 화장지 걸이와 황금 손잡이가 달린 변기 청소용 솔을 발견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나중에 공개된 후세인의 요트는 금·은·대리석으로 장식됐고, 수도꼭지는 모두 황금으로 만들어졌다.

정현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