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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빼고 죽겠다고?” 자살여행 신고한 20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자기만 따돌리고 ‘자살여행’을 떠났다며 경찰에 신고한 20대 남성 덕분에 동반자살하려던 남녀 6명이 목숨을 건졌다.

지난 18일 수원중부경찰서에 고모(26)씨가 찾아왔다. 고씨는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동반자살 모집 글을 보고 함께하려 했는데 나만 따돌리고 떠나버렸다”고 신고했다. 고씨는 하루 전날 정모(40)씨가 인터넷 포털 지식공유 게시판에 올린 동반자살 모집 글을 보고 정씨와 수원역에서 만났다. 그러나 정씨가 “좌석이 부족하고 다른 일행들이 원하지 않는다”며 자기를 두고 떠나버리자 배신감을 느껴 경찰서를 찾아간 것이다.

 고씨를 남기고 떠난 6명은 경기도 화성의 제부도와 발안 등 자살할 장소를 찾다가 가평에 이르렀다. 경찰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추적해 정씨 일행이 빌린 승합차를 가평역 인근에서 따라잡았다. 차 안에는 일행 5명과 번개탄 8장과 화로, 수면유도제, 유서가 발견됐다. 그러나 정씨는 보이지 않았다. 일행은 정씨가 가평으로 향하던 중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사라진 뒤 종적을 감췄다고 했다. 경찰은 정씨에게 자살방조 미수죄 적용을 검토하며 행방을 쫓고 있다.

수원=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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