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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자상거래 솔루션 시장의 선구자 '박규헌' 이네트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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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국내 전자상거래 솔루션 개발의 강자…. NT, 유닉스, 리눅스를 비롯해 어떤 플랫폼에서도 잘 돌아가는 제품군이 무기다. 이네트는 특히 미국과 일본에도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려 국내 벤처기업의 해외진출 모델케이스로도 꼽히고 있다. <편집자>

─일본 진출을 보고 놀랐다. 어떻게 준비했나?

“작년 11월, 직원 20명일 때부터 일본 상황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도쿄에 일본법인도 세웠다. 그때부터 노트북 하나 들고 통역 한 사람 하고 일본을 돌아다녔다. 전자상거래 솔루션 사업의 성패는 e비즈니스 환경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지원할 수 있는가에 달렸다. 일본을 연구한 결과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일본 진출을 시도했다.

일본시장은 까다롭다. 한국은 일단 상품을 내놓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그때 해결하는 게 용인되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다. 완벽한 상태에서 출품해야 성공할 수 있다. 일본시장에서 성패는 얼마나 현지화(로컬라이제이션)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이런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지 일본 기업과 합작해 진출하는 것이 좋다. 일본진출의 성공은 사용자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우리 기술력과 시장을 꼼꼼히 챙기는 일본 파트너와의 합작품이다.”

─일본의 인터넷 산업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마디로 무주공산(無主空山)이다. 일본의 e비즈니스 시장에는 리더십이 없다. 이네트는 일본에서 얼마나 매출을 올릴 수 있느냐는 것보다 일본 시장에서 리더십이 될 수 있느냐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사회문화적 인프라가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응하기에 취약한 상태이기 때문에 주로 외국 기업들이 인터넷 비즈니스 리더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잘 아는 대로 사회구조가 수직적이고 경직적이다. 복사(copy)에는 강하지만 창조에는 약한 것도 취약점으로 지적된다.

인터넷 기술은 깊이가 깊은 기술이 아니다. ‘기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응용할 수 있는가’하는 점이 바로 경쟁력이다. 즉 엔지니어가 강하면 인터넷 산업에서 유리하다. 조직에서 시키는 일을 잘하는 일본 기업문화에 비추어 상당히 힘든 부분이 있다. 우리나라는 IMF 덕에 유능한 엔지니어들이 벤처에 많이 갔는데 일본은 그렇지 못하다. 그런 면에서 일본의 인터넷 비즈니스는 결국 대기업이나 대기업에서 스핀오프(spin-off)된 기업이 주도할 것으로 본다.”

─한국기업에 일본 공략 전략을 소개한다면?

“일본시장의 특성은 로컬라이제이션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얼마만큼 재패니스라이크(일본화)가 되느냐 하는 점이 성패에서 중요한 요인이 된다. 1억2천만의 인구와 세계 2위의 경제력을 가진 대국이기 때문에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또 다른 재팬 스탠더드가 있다. 이점을 모르고 들어가면 백전백패다.

또 일본기업과의 파트너십도 중요하다. 사용자들도 우리나라처럼 너그럽지 않다. 생각지도 못한 점에서 클레임이 들어온다. 처음 우리 상품을 가지고 들어가니까 1만 가지 테스트 항목을 주더라. 그 중 8백 가지만 추려서 테스트했는데도 4개월이 걸렸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얼만가?

“국내에서는 매출액 3백40억원, 순이익 87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이외에도 일본에서 2백5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생각이다. 일본법인에 52%의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본과 국내 매출액을 합치면 4백70억원 정도 된다. 오라클에서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OEM)으로 하자는 제의가 있었다. IBM이나 선마이크로시스템즈에서 현지 배급처가 되겠다는 제의도 있었다. 우리 제품의 시장성을 평가했기 때문에 나온 제안이지만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독자적으로 마케팅할 생각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어떤 상황인가?

“6월 6∼9일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전자상거래 전시회에 참가한다. 여기서 무선전자상거래(mobile commerce)솔루션 제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은 워낙 시장도 방대하고 기술도 앞서 있어 우리나라에서처럼 우리 제품을 그대로 팔기는 무리다. 타깃이 설정된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으로 접근할 방침이다. 또 아리바(Ariba)나 오라클 같은 세계적 브랜드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비투비(BtoB)시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해 모바일 솔루션을 진출시키는 것이 목표다.”

─이네트가 가지고 있는 핵심역량은 뭔가?

“우리 고유의 기술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e비즈니스를 잘 이해하고, 다양한 e비즈니스모델을 수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있다. 이네트는 기술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지 않는다. e비즈니스 사용자들에게 얼마나 필요한 기술인가 하는 관점에서 개발한다. 예를 들어 풀자바어플리케이션 기술은 핸드폰, PC 등 어떤 매체에서 들어와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처럼 실제 유용한 기술이 있기 때문에 전자상거래도 시도할 수 있다.

이네트는 기본적으로 비투올(BtoALL)관점에서 연구한다. 서비스를 하는 우리로서는 필요가 있으면 어떤 형태로든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는 생각에서 개발에 임하고 있다. 이것은 이네트가 태어나면서 지금까지 지켜온 원칙이다. 또 e비즈니스 솔루션 업체중에 우리처럼 라인업(line-up)을 갖춘 곳은 오라클 정도다. 우리 제품은 B2B, B2C의 모든 분야를 커버 할 수 있다. 제품만으로 따지면 우리 회사만큼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곳도 없다.”

─그런 핵심역량을 어떻게 쌓아왔나?

“사실 작년에 처음으로 커머스21(v 1. 0) 패키지가 나왔다. 물론 나오자마자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패키지를 출시하기 전부터 인터파크, 우체국, 골드뱅크 등의 전자상거래 프로젝트를 수행해 시장에서 검증받았기 때문이다. 취약한 브랜드 파워가 약점이지만 제휴사를 좋은 브랜드로 가져가는 것으로 극복할 생각이다. 모든 기업이 e비즈니스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에 기술력만 있다면 돈은 문제가 안된다.”

─이네트가 생산하는 제품이 흔히 접하는 일반상품이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다. 쉽게 설명한다면?

“우리 소프트웨어로 인터넷 쇼핑몰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된다. e마켓플레이스도 우리 소프트웨어로 만들 수 있다. 인터넷 쇼핑을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쉽다.”

─코스닥 진출 계획이 있나?

“6월 말에 코스닥 등록을 할 계획이다. 이미 액면가 5백원 주식을 4만원에 공모해 2백억원 정도의 자금이 유입된 상태다. 이 돈은 일본 현지법인의 증자와 중국 사무소의 법인설립, 기술개발, 해외마케팅에 쓸 예정이다.”

─가장 많이 투자할 분야는 어딘가?

“해외 시장 개척과 브랜드 이미지 구축이다. 해외시장은 투자도 크고 리턴도 크다. 글로벌하게 성공하기 위해선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 때로는 기술도 사야 한다. 우리와 경쟁하고 있는 미국기업과 한 지역에서는 경쟁이 된다. 그렇지만 전 세계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퍼즐의 한 조각만 지키고 있는 셈이다. 그들은 퍼즐 전체를 맞추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의 중요성은 나이키가 웅변해 준다. 나이키는 신발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브랜드로 먹고 사는 회사다.”

─왜 이네트라는 기업을 운영하고 있나? 경영철학이랄까.

“이네트의 기본정신은 ‘불굴의 도전정신, 파트너십, 사회에 기여’라는 세 가지다. 모든 기업이 원하는 e비즈니스를 실현해 주는 도구를 생산하고 그 중에서 메이저가 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기업은 사회에 보탬이 되는 장사를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회사의 지분은 사장인 내가 25%, 직원이 25% 가지고 있다. 파트너십은 말로 되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 기업에서 하나의 모델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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