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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 유로 ‘바주카포’에 쏠린 세계의 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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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 2조 유로(약 3100조원)로 증액될까. 19일(한국시간) 떠오른 글로벌 시장의 화두다. 발단은 영국 가디언지의 보도였다. 신문은 이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EFSF를 2조 유로까지 증액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순간 뉴욕 증권시장이 하락에서 상승으로 돌아섰다. ‘루비니 바주카포’가 실현될 듯해서다. 최근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경제학)는 “유럽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선 바주카포로 2조 유로 정도는 퍼부어댈 수 있어야 한다”고 최근 조언했다. 하지만 유로존 리더들은 예전에도 손이 그리 크지 않았다. 자국민 반발을 의식해 올 7월에도 EFSF를 7200억 유로 정도로 증액하는 데 그쳤다.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힘든 규모였다.

 그러나 몇 시간 뒤 가디언지 보도는 오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 경제전문 통신인 다우존스는 “또 다른 협상 관계자가 ‘2조 유로는 완전 오보’라고 말했다”고 이날 전했다. 그 관계자는“EFSF가 채권을 발행해 증액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기는 하지만 2조 유로 식으로 금액이 합의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진실은 어느 쪽일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진실은 가디언지와 다우존스의 중간쯤에 있을 듯하다”며 “독일과 프랑스 재무관료들이 돈을 빌리는 방식으로 EFSF 자금을 증액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라고 보도했다. 액수가 중요한데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런 논란의 와중에 미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스페인 신용등급을 ‘Aa2(AA)’에서 ‘A1(A+)’으로 두 단계 낮췄다.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negative)’으로 평가했다. 추가 강등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무디스는 이날 “경제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믿을 만할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면서 “금융회사와 일반 기업들의 높은 부채비율 때문에 국가의 자금 조달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피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달 7일과 13일에 스페인 신용등급을 AA-로 낮췄다. 10일 사이에 미 신용평가회사들이 스페인 등급을 파상적으로 강등한 셈이다.

 한편 S&P는 이탈리아 24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19일 강등했다. 이날 강등된 은행 가운데는 BMPS와 UBI방카 등 대형 은행들도 들어 있다. S&P는 “유로존 특히 이탈리아의 금융시장 환경이 나빠지고 성장 전망도 불투명해 이탈리아 은행들의 실적이 시원찮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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