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아바타’ 포스톨 … 애플 뉴리더로 급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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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포스톨

스콧 포스톨(Scott Forstall·42) 애플 부사장이 ‘포스트 잡스(Post Jobs)’로 주목받고 있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주를 빼닮은 화려한 프레젠테이션(PT) 실력과 화끈한 추진력 때문이다.

 미국 일간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애플에서 포스톨 부사장이 잡스처럼 대중에게 마력을 발휘할 만한 인물로 부상하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포스톨은 4일 애플의 아이폰4S 발표회장에서 가장 돋보인 임원으로 꼽혔다. 그는 당시 ‘잡스 스타일’의 다소 과장된 표현을 써 가며 아이폰의 새 운영체제(OS) iOS5의 기능을 시연했다. 행사 끝 무렵엔 다시 연단에 올라 음성명령 기능인 ‘시리(Siri)’를 쉽고 명쾌하게 소개해 호평을 받았다. “잡스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 기자 회견장을 활기차게 만든 사람은 ‘동안’의 포스톨이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게다가 포스톨은 잡스 못지않은 일 중독자로 알려졌다. 포스톨의 부서는 회사 내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하는 부서로 꼽히는데도 불구하고 직원들의 충성심이 남다르다.

 애플 관계자는 “그는 사내에서 가장 잡스와 비슷한 사람”이라며 “그가 말하면 직원들이 집중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포스톨과 함께 일하는 것이 힘들어 그만둔 직원도 꽤 많다고 알려졌다. 잡스와 닮은꼴이다.

 취향도 잡스와 비슷하다. 생전에 잡스가 아끼던 은색 메르세데스 벤츠(SL55AMG)를 즐겨 탄다. PT 때는 검은색 스웨터에 청바지를 즐겨 입어 잡스를 연상케 한다. 어려운 기술 용어를 쉬운 말로 바꾸는 능력, 직원들을 엄격하게 다그치는 리더십, 일에 관해선 세부 사항까지 꼼꼼하게 챙긴다는 점에서 그는 영락없는 ‘미니 스티브’라고 신문은 소개했다. 이어 “포스톨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현재 애플로선 잡스와 비슷한 스타일을 가진 그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스톨은 스탠퍼드대에서 컴퓨터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5년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났을 때 만든 컴퓨터 회사 넥스트에서 일하다 97년 애플에 합류했다. 2006년엔 37세의 나이로 아이폰 소프트웨어 담당 수석 부사장에 올랐다. 최근 5년 동안 iOS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스마트폰 화면에 애플리케이션 아이콘을 배열하는 방법부터 손가락으로 화면을 밀어 끄는 방법까지 애플이 가진 50여 개 특허권에 이름을 올렸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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