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젊은 北관료들 싱가포르 갔다가 충격 받은 이유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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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중앙포토]

북한의 젊은 관료들이 최근 싱가포르를 방문했다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권위주의적인 정치 체제하에서도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1959년 영국에서 해방된 뒤 정치 자유 대신 경제적 부를 보장해주겠다는 정책을 앞세운 인민행동당(PAP)이 장기집권하고 있다.

17일 미국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국제민간교류단체 조선익스체인지는 8월 북한 정부 관료들을 대상으로 정책과 경영, 법률 문제를 논하는 경제개발학술회의를 열었다.

조선익스체인지 제프리 시 회장은 "북한 정부 관료들이 `싱가포르의 경제 성장과 정책이 매우 인상깊다. 배우고 싶다`고 했다"고 전했다. 추아 합 빈 메릴린치 동남아시아 사무소 수석 경제학자, 골드만삭스 전 임원 등 싱가포르 굴지의 경제인들이 이번 회의에 투입돼 북한 참여자들을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시 회장은 "북한 정부 관료들이 주로 30대 젊은 세대라 그런지 매우 개방적이었다"며 "싱가포르의 경제 정책들에 대해 공부하던 중 어떤 점이 북한에 적용될 수 있는 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고 말했다.

북한 관료들은 특히 싱가포르 주민 대부분이 주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한다. 시 회장은 "싱가포르가 시장경제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주민의 90% 이상이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에 매우 놀랐다"며 "한 국가의 정부가 건전한 경제 정책과 시장 경제 체제 도입으로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젊고 의욕적인 관료들도 오랫동안 북한을 지배한 사회주의 정체성을 완전히 떨쳐내기는 힘들었다. 시 회장은 "북한 사람들이 여전히 사회주의 경제 체제에 경도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한 관료가 `싱가포르도 정부 기관에서 일을 하고 은퇴를 하면 (북한처럼) 그 사람들이 집들을 소유하게 되느냐`는 질문을 했다"고 전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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