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주식 대신 원자재 … DLS 늘고 ELS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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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코스피가 1865.18로 오른 17일 외환은행 딜링룸의 한 딜러가 웃고 있다.

상품의 부침(浮沈)을 보면 투자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롤러코스터를 탔던 주식시장에서 파생결합증권(DLS)이 뜨고 주가연계증권(ELS)은 졌다. 증시 급락으로 개별 종목 주가나 지수에 따라 수익률이 정해지는 ELS가 원금을 까먹을 위험이 커지자 투자자가 돌아선 것이다. 반면 증시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DLS에는 자금이 꾸준히 이어졌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3분기 DLS 발행액은 3조3005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다. 전 분기보다도 3.3% 늘었다. 출렁이는 시장에서 기관과 큰손의 사모 DLS 발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DLS는 파생상품과 증권을 결합한 상품이다. 수익률을 결정하는 기초자산의 폭도 넓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와 환율, 원자재 관련 선물 지수, 기업이나 채권의 부도 가능성 등 신용사건까지 기초자산이 된다. 원자재 가격의 강세가 이어졌던 올 상반기에는 금이나 원유·곡물 등 원자재 관련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한 DLS가 인기를 끌었다. 주식시장의 불안감이 커진 최근에는 안정에 무게를 두면서 변동성이 작은 CD 금리에 베팅하는 DLS가 늘었다. 기초자산에 해당되는 기업이나 채권이 부도나지 않으면 정해진 수익률을 지급하는 신용 DLS도 인기를 끌고 있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이중호 연구원은 “주가지수에 연동된 ELS와 달리 DLS는 다양한 기초자산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1년 이내의 단기 상품이 많아진 것도 투자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욱일승천의 기세로 약진하는 DLS와 달리 ELS 시장에는 침체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동양종합금융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ELS 발행 규모는 1조8892억원으로 1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사상 최고치였던 5월 발행금액(3조856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ELS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은 증시가 곤두박질치며 기초자산으로 쓰인 일부 종목이 투자손실 구간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코스피가 장중 1685까지 떨어졌던 8월 9일에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인 ‘녹인(Knock-in·하락 장벽)’을 건드린 ELS의 잔액이 2조원에 달하기도 했다. 주가 하락 때문에 조기상환 조건을 만족한 ELS 숫자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도 이유다. 그동안은 조기 상환된 자금을 다시 ELS에 넣는 선순환이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만기까지 상환이 미뤄지면서 ELS에 재투자할 여력이 없어진 것이다.

 이중호 연구원은 “지수형 ELS는 종목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손실 가능성이 작은 데다 최근에는 손실 발생 기준을 낮춘 상품이 속속 등장하는 만큼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파생결합증권(DLS)=개별 종목 주가나 코스피 등을 기초자산으로 해 수익률이 결정되는 주가연계증권(ELS)과 상품구조는 비슷하지만 기초자산의 범위가 금리와 환율, 원자재 등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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