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협정 어떻게 되어 가나] 추진현황과 걸림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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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외환위기에서 벗어나면서 세계 각국이 세계 11위 교역국인 우리 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용어설명)체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미 칠레와는 협상이 진행중이며, 뉴질랜드.태국.호주 뿐 아니라 일본.미국도 한국더러 모든 무역장벽을 철폐하는 협정을 맺자고 정부나 민간이 나서고 있다.

◇ FTA 추진 현황〓현재 세계무역기구(WTO)에 보고된 FTA는 2백9개나 된다. 한국은 아직 FTA 등 어떤 지역경제권에도 가입하지 못한 상태다.

통상교섭본부 정우성 다자통상국장은 "최근까지 한국은 다자주의를 통상정책의 원칙으로 삼고, FTA는 지역주의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주요국 중에 한국.중국.일본만 자유무역협정에서 빠져있다. 이에 한국도 1998년11월 FTA를 추진해보자는 대외경제정책 원칙을 정했다" 고 설명한다.

98년 12월에 칠레와의 협상이 공식화된 후 여러 아태 국가가 관심을 표명했지만 우리 정부의 공식입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칠레와의 FTA협상은 98년12월에 양국정부?공식 출범시켰다. 작년 12월 이후 두차례 관세장벽 철폐 협상을 거쳤다.

협상의 최대 걸림돌은 포도.키위 등 농산물 시장개방. 농산물 시장보호에 한국 입장이 완강하자 칠레도 자국의 공산품 시장개방을 놓고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전기동(電氣銅)외에는 공산품 수입을 완전 자유화하는 양허안을 제시한 상태.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정인교 박사는 "연말까지 협상 완료를 목표로 작업을 진행 중" 이라고 전한다.

◇ 미국.일본과는 제안 단계〓한.일간 FTA논의는 98년 10월 일본을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이 제안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행동계획'으로 시작됐다. 98년 말부터 공식적인 공동연구가 진행중이다.

한국측 연구책임자 이경태 KIEP원장은 "일본이 우리 수출품에 부과하고 있는 관세 뿐 아니라 비관세 장벽도 철폐될 것이므로 전반적인 수출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고 분석한다.

표학길(서울대)교수는 "일본에서 잠자고 있는 자본과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 고 주장한다.

일본이 바라는 점은 "노령화하고 있는 일본경제가 '젊은 한국' 과의 FTA를 통해 새로운 활력을 찾을 수 있다" 는 야마자와(와세다대)교수의 기대에 반영되어 있다.

걸림돌은 한.일 FTA에 따른 대일(對日)무역역조 심화. FTA가 체결되면 당장 60억달러의 무역적자가 발생한다는 것이 KIEP의 연구결과다.

그러나 FTA로 늘어나는 외국인투자(99년 기준 30억 달러), 제3국 수출확대 등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면서 대일 무역수지 뿐 아니라 전체 무역수지도 개선된다는 계산이다.

한.미 FTA는 99년 6월 주한 미상공회의소가 클린턴 대통령에 보낸 서한을 통해 공식 제안됐고, 11월에는 보커스 상원의원이 '미.한 자유무역협정' 법안을 제출했다. 정부간 공식 의견교환은 아직 없는 상태다.

◇ 무엇을 고려해야 하나〓FTA는 무역장벽 철폐 뿐 아니라 투자자유화를 포함한 광범위한 산업협력 과제를 포괄하는 것이 최근 추세다.

뿐 만 아니라 EU(유럽연합)의 경험으로 미뤄 볼때 FTA는 장기적으로 정치.사회적 협력과 접근의 첫단추로서 의미가 커지고 있다.

FTA를 추진할 경우 협정 대상국 간의 포괄적.사회적 접근과, 특히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외교적 구도재편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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