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6·25 전사자 목숨 값이 5000원이라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6·25전쟁 때 전사한 군인의 사망보상금으로 5000원을 지급한 국가보훈처가 구설수에 올랐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최근 유족이 5000원의 보상금에 불복해 청구한 행정심판에 대해 국가보훈처의 처리가 부당한 것으로 결정했다고 16일 밝혔다. 보훈처는 1951년 11월 18세의 나이로 전사한 김모씨의 유족인 여동생이 2008년 보상금을 청구하자 사망 후 5년으로 돼 있는 청구권 시한이 소멸돼 거절했다고 한다. 이후 유족이 소송을 내 승소하자 1951년 제정됐다가 1974년 폐지된 법률 규정에 따라 당시 5만환으로 돼 있는 보상금을 현재의 원 단위로 환산해 5000원을 지급했다. 이에 불복한 유족이 다시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결국 보훈처의 처리가 잘못이라는 판정을 받은 것이다.

 국가보훈처의 처리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국가기관이 법률이 정한 범위를 넘어 임의대로 보상기준을 정해 보상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너무했다. 보훈처의 기능이 무엇인가.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에 대해 본인과 가족, 유족들에게 명예롭게 대접함으로써 국가의 정체성을 유지, 강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례를 놓고 보면 보훈처는 그 같은 본연의 기능을 완전히 망각한 셈이다. 청구권 시한이 넘었다는 것을 이유로 목숨을 바친 사람에 대해 보상을 거부했다가 재판에서 졌다. 그런데도 마치 재판에서 진 것이 억울하다는 듯이 전사자 목숨 값으로 달랑 5000원을 지급한 것이다. 유족이 전사한 오라버니에 대해 명예롭게 생각하기는커녕 굴욕감을 느끼지 않았겠는가.

 천안함 사건 당시 숨진 해군 전사 유족들에게 국가가 지급한 사망보상금은 평균 1억원가량이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대가로 크다고 할 수 없지만 그마저도 규정대로라면 불가능한 금액이었다. 그러나 당시 국민적 공감 속에 규정을 신속히 수정해 지급액을 크게 늘렸었다. 이번 사안 역시 보상금의 액수가 문제가 아니다. 보훈처라면 전사자에 대해 어떻게든 최대한 영예롭게 대우하는 방안을 찾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