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cupy Together” … 세계 868개 도시 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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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12일(현지시간) 지난 4주 동안 반(反)월가 시위대가 점거해온 맨해튼의 주코티공원을 청소해야 한다며 비워줄 것을 요청했으나 시위대의 반발에 부딪히자 14일 대청소 계획을 연기했다. 시위대는 블룸버그 시장이 ‘선전포고’를 한 것이라고 비난하며 직접 청소에 나섰었다. 사진은 13일 두 명의 시위대원이 주코티공원을 점거 중인 시위대에 청소용 빗자루를 나눠주는 모습. [뉴욕 로이터=뉴시스]

금융기관의 탐욕과 부패에 반대하는 반(反) 월가 시위대가 15일을 전 세계 서민의 ‘행동의 날’로 정하고 동시 시위를 예고했다. 이를 홍보하고 있는 웹사이트(15october.net)에 따르면 반 월가 시위의 본거지인 뉴욕은 물론 일본·영국·스위스·아르헨티나·호주 등 78개국 868개 도시에서 대규모 시위와 집회가 열린다. 전 세계 시위를 촉구하는 온라인 사이트 ‘함께 점령하라(Occupy Together)’는 각국 사람들에게 시위에 참여할 것을 요청했다.

 뉴욕에선 ‘15일 오후 5시 타임스스퀘어에 집결하라’는 메시지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수도 브뤼셀에서도 15일 EU 소속 국가 청년 수만 명이 집결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린다. 지난 5월 스페인에서 긴축정책에 반대하며 조직된 ‘분노한 사람들’이 주도하고 있는 이 집회에는 독일·네덜란드·프랑스 등 유럽 각국에서 청년층 수만 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에서는 15일 집회를 알리는 ‘런던을 점령하라(Occupy London)’ 페이스북 계정에 지난 주말까지 3000여 명이 참가 서명을 했다. 이들은 런던 증권거래소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금융 자본주의에 대한 반대 입장을 천명할 계획이다. 호주 멜버른에서도 15일 최소 2000명이 참여하는 시위가 열릴 예정이다.

 한편 반 월가 시위대의 거점인 미국 맨해튼 주코티공원 소유주 측이 시위대를 일시 퇴거시키고 공원을 대청소하기로 한 계획을 연기했다. 대청소 계획이 시위를 막기 위한 술수라며 반발하는 시위대와의 충돌을 우려한 것이다. 캐스 할로웨이 뉴욕 부시장은 14일 공원 소유주인 부동산업체 ‘브룩필드 오피스 프로퍼티(BOP)’가 이날 오전 7시로 예정돼 있던 청소를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밤새 주변을 청소하며 이른 아침까지 공원을 지키고 있던 시위대 수백 명은 청소 연기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마이클 블룸버그(Michael Bloomberg) 뉴욕시장은 지난 12일 저녁 시위 현장을 방문해 시위대가 4주째 점거해 온 주코티공원에서 퇴거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시위대는 “뉴욕시가 평화적인 시위를 해산시키기 위해 음모를 꾸미고 있다”며 페이스북·트위터를 통해 “시위의 근거지를 사수하기 위해 14일 오전 6시 주코티공원으로 집결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13일 오후엔 BOP의 주장에 맞서 공원 청소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시위대 위생 담당자인 로런 디지오이어(26·여)는 “우리는 24시간 공원을 청소하고 있다”며 공원이 지저분해져 대청소를 해야 한다는 뉴욕시의 주장을 일축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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