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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야동’ 보는 취향도 남녀는 다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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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포르노 보는 남자,
로맨스 읽는 여자
오기 오가스·사이 가담 지음
왕수민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528쪽
1만6800원

타인의 마음속이 열길 깊이라면 타인의 성(性) 심리는 백길은 될 것이다. 헐떡이는 여체를 보는 데 신용카드를 결제하고 PC에 ‘야동’ 폴더까지 만드는 남자들을 여자는 알기 어렵다. 반대로 아이돌 그룹의 오빠들이 서로 연인이라는 ‘야오이’(남성동성애물을 이르는 속어) 픽션이나 남장 여자 드라마에 집착하는 여자들을 남자가 이해하기도 어렵다. 그들은 서로를 원하고 탐색하지만 실은 서로를 모르고 있다.

 야릇한 한국판 제목이 상상의 나래와 함께 진부한 남녀 성개론이 아닐까 의혹을 던지지만, 실은 놀랍게도 과학적이며 유례 없이 적나라하다. 미국 보스턴 대학 출신의 두 신경과학자가 인간의 성욕을 연구한 방법은 ‘킨제이 보고서’ 이래 가장 광범위하고 노골적이었다. 이들은 인터넷 검색사이트에서 개인의 검색이 ‘디지털 발자국’을 남기는 데 착안해서 전 세계 50만명의 남녀가 검색한 10억 건의 웹 내용을 분석했다. 여기에 수십만 권의 에로소설, 500만 건의 성인용 구인광고, 4만 개 이상의 성입 웹사이트를 통계화했다.

 이를 통해 인간의 머릿수만큼 다양한 성적 취향과 욕망의 갈래가 드러났다. 어린 소녀나 불륜을 저지른 아내 등 ‘주류 포르노’ 외에 트랜스젠더·새도마조히즘·강간·집단섹스 등 성인사이트 메뉴판만큼이나 다채로운 리스트가 제시된다. 흥미로운 것은 이 포르노와 에로물을 대하는 남녀(뿐 아니라 게이·레즈비언·양성애자)의 차이다. 저자들은 남녀의 지각 패턴과 성적 흥분 양상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밝혀낸다. 둘은 성욕을 구성하는 소프트웨어 자체가 다르고 이는 인류 태동 이래 점진적으로 진행돼온 진화의 결과다. 서로 질색하거나 무시한다고 될 차원이 아니다. 오히려 적(?)을 알고 나를 알기 위해 이해해야 할 차이다.

 비밀스러운 남의 침대를 엿보는 기분으로 술술 읽어가다가 ‘65억분의 1’인 나의 욕망을 되짚어보게 된다. 인터넷에서 퍼온 사례가 풍부한데, 여자가 성적 흥분을 느끼는 대상 묘사에선 짜릿하다가 남자가 성적 흥분을 느끼는 대상 묘사에선 ‘하여튼 남자란’ 싶었으니 역시나 남녀란 다르긴 다른가보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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