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민주당, 한·미 FTA 반대하려면 표결로 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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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미국 의회의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으로 공은 한국으로 넘어왔다. 정확히 말하면 민주당이 결심할 차례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말 재협상 이후 시종 FTA 처리를 촉구해 왔다. 더 이상 미룰 명분이 없다.

 FTA를 반대하고 있는 민주당이 당초 FTA를 추진했던 당사자란 점은 아이러니다. 일찍이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부터 추진을 검토했다. 2006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FTA를 통해 세계 10위권으로 들어가자”며 본격 협상의 시동을 걸었다. 노 대통령을 지지했던 많은 진보세력이 반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은 소신으로 밀어붙여 협상안을 마무리했다.

 당시 한나라당 대권 주자로 나서 FTA를 적극 지지했던 손학규 의원이 현재 민주당의 대표라는 점도 아이러니다. 손 의원은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 옮긴 이후에도 FTA를 찬성했었다. 그러다 민주당 내 강경반대론에 밀려 입장을 바꿨다. 민주당 내 강경반대론자들은 민노당 등 진보세력과의 정치적 연대를 고려해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손 대표의 반대론 역시 이런 정치적 이해타산에 따른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민주당 강경반대론자의 주장은 맞지 않다. 강경론을 이끌고 있는 정동영 의원은 FTA를 을사늑약, 협상책임자인 통상교섭본부장을 이완용에 비유했다. 지나치게 선동적이다. FTA가 정말로 그런 매국행위란 말인가. 그렇지 않다는 점은 여러모로 입증되고 있다.

 2004년 FTA를 체결한 칠레와의 교역 현황은 움직일 수 없는 증거다. 칠레로부터 값싼 포도주를 수입해 많은 사람이 포도주를 즐기고 있는데, 망한다던 국내 포도산업은 오히려 좋아져 포도농가 피해보전을 위해 준비한 돈은 쓸 필요조차 없었다. 우리나라 자동차의 칠레 판매는 두 배 늘었고, FTA를 체결하지 않은 일본의 자동차 판매는 줄었다.

 미국은 칠레와 비교할 수 없는 큰 시장이다. 특히 미국과의 FTA는 경제적 이익 외에 동맹관계를 강화한다는 의미도 심장하다. 미국에서도 FTA 반대여론은 상당하다. 비준하는 과정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속한 민주당 의원들이 줄줄이 반대토론에 나섰다. 그렇지만 전체 국익을 위해 정상적인 표결 절차를 밟아 비준 약속을 지켰다.

 공을 넘겨받은 우리 국회도 정해진 절차에 따라 신속히 비준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민주당은 가능성이 없는 재재협상을 주장하며 국회 심의 절차를 거부하기보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보완대책을 최대한 정부 여당에 요구해 관철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 민주당처럼 당당히 표결에 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