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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롯데 킬러 김광현 vs 김광현 킬러 홍성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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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롯데 홍성흔(34)의 방망이가 SK 에이스 김광현(23)을 정조준했다.

 1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플레이오프 1차전에 출전하는 SK의 선발투수는 김광현이다. ‘SK 마운드 무력화’. 세부 전술은 이렇다. ①김광현을 비롯한 SK의 선발투수들을 가능한 한 일찍 마운드에서 끌어내린다. ②SK가 자랑하는 구원투수진을 빨리 불러내 소모시킨다. ③막강한 방망이로 결판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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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는 저격수를 기용한다. 김광현에게 강한 홍성흔이다. 김광현을 상대로 한 통산 타율이 3할8푼7리(31타수 12안타)나 된다. 그의 통산 SK 상대 타율 2할8푼8리보다 1할가량, 생애 통산 타율 3할4리보다 8푼 이상 높다. 특히 지난해 홍성흔은 김광현을 타율 5할4푼5리(11타수 6안타), 3타점으로 압도했다. 볼넷 2개를 얻어낸 반면 삼진은 하나도 없었다. 올해 김광현은 부상과 부진에 허덕였고, 그 결과 롯데와의 경기에는 두 경기 2이닝 등판에 그쳐 홍성흔과 만나지 않았다.

 홍성흔은 “지난해 타격감이 아주 좋았을 때 만나서 5할을 친 모양이다. 기록은 기록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높은 타율에는 이유가 있다. 결대로 밀어치는, 순리에 따른 타격이 김광현을 괴롭혔다. 홍성흔은 “김광현의 공은 잡아당기려고 하면 안 된다. 투수 쪽으로 공을 보낸다는 생각으로 타격한다. 특별히 김광현만 따로 연구하고 공부한 건 아니나 전력분석 자료를 꼼꼼히 챙겨 이미지 트레이닝에 집중한 게 좋은 결과를 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아이러니는 김광현도 롯데에 강한 투수라는 점이다. 김광현은 2007년 프로에 데뷔한 뒤 3년6개월여 동안 롯데에 한 번도 지지 않았다. 2007년 10월 3일 7이닝 1실점으로 이겼고, 이후 2010년 8월 17일 6이닝 4실점으로 패할 때까지 7연승을 달렸다. 두 차례 완투승도 거뒀다.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와 각도 큰 슬라이더에 롯데 타자들의 방망이는 침묵했다.

 올 시즌에는 두 경기에 나서 평균자책점 9.00을 기록했다. 부상에서 회복해 몸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시험 삼아 마운드에 올라 기록한 수치라 의미가 없다.

SK 이만수 감독대행은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김광현의 투구수를 90개로 제한했다. 롯데와의 경기에서는 100개로 잡았다. 김광현은 롯데와의 경기를 벼르고 있다. 그 과정에서 홍성흔과의 대결은 승부처가 될지도 모른다.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과 다르다. 기록과 다른 결과가 자주 나온다. 김광현에게 강했던 홍성흔도 두산 시절인 2007년과 2008년 포스트시즌에서 김광현을 상대로 1할1푼1리(9타수 1안타)에 그쳤다. 홍성흔은 포스트시즌 통산 71경기에서 타율 2할9푼1리를 기록한 베테랑인데도 시즌과 전혀 다른 결과를 냈다.

 올 시즌은 홍성흔과 김광현이 한 번도 맞선 적이 없는 점 역시 변수다. 또 홍성흔과 김광현 모두 올 시즌엔 예전보다 부진했다. 홍성흔도 김광현도 “올해는 한 번도 붙지 않았다”며 과거 기억대로 맞서겠다고 했다. 홍성흔은 “준플레이오프에서 김광현의 투구를 지켜봤는데 직구 스피드가 예전만 못한 것 같다. 슬라이더가 예리하게 잘 떨어져 조심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김광현도 “홍성흔 선배는 정확성과 장타력을 갖춘 오른손 타자다. 그런 유형의 타자와 승부할 때 패턴을 조금 바꾼다. 패턴은 당연히 비밀이다”고 했다.

허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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