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스크린 . 센서 붙인 무용수 … 과학과 예술이 만나는 무대예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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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극 ‘더 라스트 월(the Last Wall)’은 소통에 관한 작품이다. 춤꾼들의 역동적인 몸짓과 몽환적인 미디어 아트가 겹쳐진다. 연극 배우 김호정씨가 여주인공을 연기해 중심을 잡는다. [사진작가 정일권]

중반으로 치닫고 있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올 축제에 눈길을 끄는 두 작품이 있다. 첨단 과학기술과 예술을 적절히 혼합해, 미래의 무대 예술이 어떤 모습일지 예측하게 해주는 작품들이다. 두 작품 모두 프랑스 미디어아트페스티벌 벵 뉴메리크와 깊이 연관돼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아트센터 나비 ‘더 라스트 월’=아트센터 나비가 공연을 한다? 의아할 만하다. 노소영 관장이 이끄는 아트센터 나비는 미술관이기 때문이다. 근데 나름 역사가 있다. 단지 미술품을 전시하는 공간을 넘어서 미디어 아트에 지난 10년간 투자를 해왔다. 이번 공연은 ‘실험’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제대로 한판 펼치는, 정식 데뷔 무대인 셈이다.

 스토리가 있다. 여자 작가가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현실의 연인처럼 둘은 대화를 한다. 티격태격 다투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작가는 캐릭터가 영 성에 안 찬다. 그래서 지워버리려 한다. 캐릭터는 자기가 세상에서 사라지는 게 안타까워 작가를 계속 꼬드긴다.

 가벼운 듯 보이지만 내면을 찬찬히 응시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여기에 김윤정 안무의 춤은 역동성과 정적인 면을 훌쩍훌쩍 넘나든다. 무엇보다 무대 곳곳에 설치된 6개의 스크린은 동적으로 움직이면서 새로운 질감을 선사한다. 15일 오후 7시, 16일 오후 3시·7시.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3만, 4만원. 02-2121-1031.

남영호 무용단의 ‘S.U.N’은 근육활동신호녹화기인 EMG시스템을 이용해 근육의 움직임을 독특한
무대 언어로 전환시킨다. [사진작가 C Laronze]
 ◆남영호 무용단의 ‘S.U.N’=무용가들이 무대에 선다. 그들에겐 태릉선수촌 체력테스트에 쓰일 것 같은 센서가 부착돼 있다. EMG라는 첨단 과학장비다. EMG는 근육의 세밀한 움직임을 포착해 내 이를 영상으로 전환시킨다. 몸을 많이 움직인다고 파장이 센 것도 아니요, 정지돼 있다고 파장이 잔잔한 것도 아니다. 그래서 더욱 신기하고 눈을 멈추게 한다.

 프랑스에서 주로 활동해 온 현대무용가 남영호씨는 인간의 기본적인 활동인 움직임과 호흡에 유독 관심이 컸다. 이를 예술로 승화시키려 이번 공연을 진행했다. 미디어 아트 공연그룹 태싯그룹의 음악, 프랑스 컴퓨터 프로그래머 스테판 쿠조의 비디오 영상, 모로코 멀티예술가 제랄딘 파오리의 무대장치가 가미됐다. 27, 28일 오후 8시.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3만, 4만원. 010-9704-7230.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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