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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프랑스 단편영화제 프로그래머 로제 고냉

중앙일보

입력

오는 2일부터 8일간 서울에서 열리는 제2회 세계단편필름페스티벌을 맞아 세계적인 단편영화제인 클레르몽-페랑 영화제의 프로그래머 로제 고냉이 지난 달 30일 내한했다.

클레르몽-페랑은 파리에서 남쪽으로 약 4백㎞ 떨어진 리옹 인근의 소도시. 인구 25만명인 이 도시는 매년 2월초에 열리는 영화제 기간 동안 국내외 관객들과 영화인들로 '마술적인 시간' 을 갖는다고 고냉은 말했다.

그는 22년간 줄곧 프로그래머를 맡아온 영화제의 창립 멤버다.

- 영화제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대학(건축학 전공) 다닐 때인 1979년 시네클럽을 운영하면서 프랑스 단편영화만 모아 1주일간 영화 주간을 연 적이 있다. 그 때 반응이 괜찮아 3년을 더 했는데 이를 본 클레르몽-페랑 시(市)에서 재정적인 도움을 줘 4회부터는 경쟁부문을 도입하게 됐다. 첫 회만 해도 관개은 3천명 정도였으나 지금은 개최기간 9일간 연인원으로 12만명이 다녀간다. 출품작은 경쟁부문 73편을 포함해 4백50~5백편에 이른다. 특히 단편영화 시장으로는 세계 최대라 각국에서 미디어 관계자나 수입업자 등 1천5백명이 온다."

- 그 동안 단편영화계에 변화가 있다면.

"단편 영화를 만드는 인력도 늘었지만 영화를 다루는 수준이 거의 프로급이다. 단편을 장편영화를 찍기 위한 '명함' 이나 '이력서'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져 재능있는 영화학도들이 많이 몰리고 있다. 다루는 내용도 체제 저항적이거나 사회변혁적인 주제에서 개인의 심리나 감정, 인간 관계로 옮아가는 추세다."

- 장편에서는 최근 중국이나 이란 등 아시아 영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단편에서는 아시아 영화의 존재는 미미하다. 유럽이나 미국, 라틴아메리카가 주류다. 한때 동유럽 작품도 많았으나 요즘은 국가의 경제력이 쳐지면서 지원이 없어진 탓인지 출품작 수가 크게 줄었다. 의외로 중국.이란.일본 등 아시아 국가는 단편영화가 별로 없다. 아시아 국가 중 유독 한국에서 단편 영화들이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 그래서 내년에는 한국 단편영화 주간을 열 계획이다. 이번 방한 목적의 하나도 여기에 출품할 작품을 선정하기 위한 것이다. 박기형의 '과대망상' 등을 잘 봤다."

- 프랑스에서의 단편영화 지원책은.

"국립영화센터나 각 지역 의회에서 제작비를 지원해 준다. 또 케이블 방송인 카날플러스나 불.독 합작 방송사인 아르테 등 TV방송국에서 연간 3백50~4백편씩 구입한다. TV에서 단편영화가 방송되는 시간도 1주일에 4~5시간 된다."

- 클레르몽-페랑 영화제는 16㎜나 35㎜ 필름 영화만 고집하는데 디지털 시대를 맞아 변화를 줄 생각은 없나.

"시대의 조류인 만큼 앞으로 디지털 영화도 수용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럴 경우에도 필름으로 작업한 작품 수가 줄어들지 않는 범위에서 받아들일 생각이다."

- 단편영화의 미래는 어떤가.

"우리가 처음 단편 영화제를 열 때 주위 사람들이 미쳤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프랑스 내에서만 연간 크고 작은 단편영화제가 1백개나 열린다. 또 칸이나 베를린 등 국제영화제 치고 단편부문이 없는 영화제는 없다. 그래서 단편영화의 미래는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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