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제전문가들로부터 질책

중앙일보

입력

경제안정 묘책찾기에 골몰하는 민주당이 1일 경제전문가들로부터 따끔한 질책을 들었다.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경제현안 태스크 포스팀' 첫회의에서다.

TF팀에는 당내인사 35명 외에 학계.업계.언론계 등의 외부인사 12명도 포함됐다. 정부측과는 다른 현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자는 취지에서다.

"당에서도 경제불안요소 타개에 적극 대처하라" 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지시도 한 배경이 됐다.

참석자들은 정부의 무원칙.졸속.말바꾸기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리고는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개입과 금융시장에 대한 불확실성 제거 등을 촉구했다.

세계적 투자자문회사인 JP모건의 임석정 지사장은 "미국 월스트리트에서는 한국의 상황을 위기로 본 적이 없다" 고 전제한 뒤 "정부가 투신사에 3조원을 투입하면 된다고 했다가 3개월만에 5조원이 더 필요하다고 하면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느냐" 고 비판했다.

그는 기업 및 금융기관 구조조정과 관련, "정부가 그동안 (기업에) '이것 하라 저것 하라' 며 초등학생 대하듯 해놓고 시장자율에 맡기는 것은 갑자기 대학생 취급한다" 며 "정부 주도로 구조조정을 시급히 마무리하라" 고 주문했다.

금융연구원 이동걸 연구위원은 "정부가 여러 경제개혁을 해왔지만 가장 중요한 것들은 아직 남아 있다" 며 "채권 및 투신시장 구조조정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 라고 경고했다.

16대 국회에 첫 진출한 당내 경제전문가들도 비판 대열에 섰다.

정보통신부장관 출신의 남궁석(南宮晳)의원은 "정부가 분야별로는 정책목표를 갖고 있지만 이를 전체적으로 관리하는 토털 디자인이 없다" 고 말했고, 경제부총리 출신의 홍재형(洪在馨)의원은 "이번 기회에 개혁프로그램을 만들어야 즉흥적인 정책 실수가 없다" 고 지적했다.

회의를 주재한 이해찬(李海瓚)정책위의장은 "이 자리에서 언급된 경제정책에 대한 엄격한 평가를 바탕으로 새로운 정책대안을 만들어 나가겠다" 고 다짐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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