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19일 오전 10시 잡스 위해 모입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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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애플이 최근 사망한 전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를 추모하는 행사를 19일 연다. 애플 CEO 팀 쿡은 10일(현지시간) 애플 전 직원에게 e-메일을 보내 다가오는 수요일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 본사 야외 원형극장에서 잡스를 기리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알렸다.

그는 e-메일에서 “여러분처럼 나도 내 인생에서 가장 슬픈 한 주를 보냈다. 전 세계 사람이 잡스에게 보내준 헌사와 추모 덕분에 조금은 위로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아직 마음이 무겁지만 애플 직원들끼리 잡스가 남긴 놀라운 성취와 유산을 기념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갖자. 모두 참석해 달라”고 적었다.

 19일 오전 10시(현지시간)로 예정된 행사는 사내에서 비공식으로 치러져 일반인은 참석할 수 없다. 애플은 고객들에게 잡스와 관련된 메시지·추모사·개인적인 사연이 있으면 e-메일(rememberingsteve@apple.com)로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실리콘밸리 서 창업가의 추도행사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6년 휼렛패커드(hp)사의 공동 창업자인 데이비드 패커드가 8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을 때 1400여 명의 조문객이 모인 가운데 스탠퍼드대의 기념교회에서 추도식이 열렸었다.

 잡스의 부인 로런 파월(47)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파월이 70억 달러(약 8조2900억원)에 이르는 잡스의 유산 중 상당 부분을 자선사업에 쓸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내놨다.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빌 게이츠의 아내 멀린다 게이츠 못지않게 사회공헌사업에 힘쓰는 ‘IT 영부인’으로 활동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멀린다는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이끌고 있으며 게이츠 부부는 현재까지 600억 달러 이상을 기부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상속자가 될 것으로 보이는 파월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다”며 “그동안 파월의 활동을 보면 잡스 가족이 교육 개혁과 여성 문제 등 각종 자선활동뿐 아니라 민주당 후보자 지원 등에도 깊이 관여해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보도했다.

 잡스는 공개 석상에서 자선활동에 대해 언급한 적이 거의 없고, 실리콘밸리의 거액 기부자들도 잡스 가족의 자선활동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파월은 90년대 중반부터 팰로앨토 동부의 고등학생들을 위해 멘토로 자원봉사를 해 왔다. 또 97년에는 저소득층 학생의 대학 진학을 돕는 교육개혁단체 ‘칼리지 트랙’을 설립하고 재정적 지원을 하는 등 사회 문제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 칼리지 트랙은 그동안 저소득층 학생 1000명 이상을 교육했고, 이 가운데 90%가 4년제 대학에 진학하는 성과를 냈다.

 파월은 5년 전부터는 ‘뉴스쿨스 벤처펀드’ 이사회의 일원으로도 참여하고 있다. 최고경영자인 테드 미첼은 “파월은 비영리기관과 정치인들에게 많은 조언을 해 온 교육정책의 지도자”라고 설명했다. 잡스 가족은 이 단체에도 수백만 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월은 또 최근에는 기업가들과 함께 국내외 사회개혁에 앞장서는 자선단체 ‘에머슨 컬렉티브’를 창립해 회장직을 맡고 있다. 지난해에는 배우 벤 애플렉이 내전으로 고통받는 콩고 여성과 어린이 등을 돕기 위해 설립한 구호기관 ‘이스턴 콩고 이니셔티브’에 기부했다.

 한편 블룸버그 등은 잡스의 사망진단서를 인용해 그가 지난 5일 오후 3시(현지시간) 집에서 직접적 원인인 ‘호흡정지’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사망진단서에 기록된 근본적 사인은 ‘전이성 췌장신경내분비종양(Metastatic pancreas neuroendocrine tumor)’이었다. 또 잡스는 특정 종교와 관계없는 샌타클래라의 한 묘지에 지난 7일 매장된 것으로 기재됐다.

유지혜·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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