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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의 전쟁사로 본 투자전략] 전술·무기 혁신, 1차 세계대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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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제1차 세계대전(1914~18년)이야말로 세계 역사상 가장 많은 혁신(Innovation)이 진행된 전쟁이라고 할 만하다. 철조망과 기관총, 지뢰의 출현은 착검돌격에 의존하던 기존의 보병 전술을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렸다. 바다를 지배하던 대형 전함은 덩치가 5%도 되지 않는 잠수함과 어뢰정의 위협에 몸을 사리는 처지로 전락한다. 말을 타고 전선을 누비던 기병대는 사라졌다. 적의 총탄을 맞으며 전선을 돌파할 수 있는 탱크가 그 역할을 대신했다.

 1차 대전 때 나타난 전술 및 무기의 혁신은 전선의 병사뿐만 아니라 후방에 거주하는 민간인의 안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언제라도 폭탄을 싣고 적의 도시를 습격할 수 있는 비행선이 출현했기 때문이다. 특히 전선에서는 독가스를 사용한 대량학살이 일반화돼 화학전 공포는 놀라울 정도로 커졌다. 닥치는 대로 어뢰를 발사하는 잠수함이 등장하면서 무장하지 않은 상선의 선원도 전투함의 수병과 큰 차이 없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1차 대전 중 혁신을 받아들이지 않고 과거의 관행을 고집하던 측에 돌아온 결과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사상자와 패퇴뿐이었다.

 ‘디지털’이라는 단어는 혁신을 연상하게 한다. ‘디지털’은 기존 생활방식을 뒤집고 새로운 수요와 시장을 창출하는 멋진 단어로 들린다.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10년 전만 해도 미국을 대표하는 우량기업이었던 코닥이 최근 경영위기에 직면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마치 큰 배와 큰 대포만 있으면 만사형통(萬事亨通)이라고 생각하다가 작디작은 잠수함의 위협에 대처하지 못해 전전긍긍했던 영국 해군성을 보는 듯하다. 반면 디지털과 혁신이라면 저절로 떠오르는 애플은 2000년 이후 주가가 13배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빠르고 날렵한 비행기는 다른 비행기를 잡을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으로 서부 전선의 하늘을 지배하던 독일 공군 같은 모습이다.

 혁신의 결과는 결국 ‘대체’다. 탱크가 기병을 대체하고 기관총이 총검을 대체하듯 새로운 수요의 창출은 결국 기존 수요의 희생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혁신이 없고 기존 사업에 집착하는 기업의 주가는 만년 저평가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10~20%의 수익을 노린다면 자산가치를 보고, 5~10배의 수익을 노린다면 성장을 보라’고 권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나날이 경쟁이 치열해지는 레드오션(Red Ocean)에서 이전투구(泥田鬪狗)를 하는 기업을 선택하겠는가, 아니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며 성장하는 기업의 주주가 될 것인가. 그 대답은 너무나 명확하다. 최근처럼 기업의 구별 없이 주가가 저평가된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김도현 삼성증권 프리미엄상담1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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