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선배와 대화] 임진수 팬택 인사담당 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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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임진수(37·사진) 팬택 인사담당 과장은 ‘승부근성’을 회사의 대표 DNA로 꼽았다. 임 과장은 “한창 호황을 누릴 때 휴대전화 제조업에 뛰어든 회사 중 아직까지 살아있는 곳은 손으로 꼽는다”며 “팬택은 그 와중에 살아남아 삼성·LG 같은 대기업과 어깨를 겨루는 회사”라고 소개했다. 4일 서강대에서 열린 ‘취업선배와의 대화’ 자리에서다.

 팬택은 1991년 창업했다. 국내 최초로 무선 호출기를 출시하고 이후 스타텍(모토로라)·스카이 같은 휴대전화를 선보이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07년 경영 위기를 맞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임 과장은 “위기를 겪었지만 워크아웃 이후 16분기 연속 흑자를 냈다”며 “최근 베가 시리즈 스마트폰이 선전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에선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체 중 2위로 올라섰다”고 말했다.

 회사가 역경을 딛고 재기한 비결로 임 과장이 꼽은 것은 창업자인 박병엽 부회장이 회사에 심어놓은 ‘승부근성 DNA’. 박 부회장은 워크아웃 당시 회사를 살리기 위해 4000억원의 사재를 털었다. 임 과장은 “박 부회장처럼 ‘회사를 살려내자’는 마음으로 똘똘 뭉친 직원들 덕분에 올해 말 워크아웃 졸업을 앞두고 있다”며 “팬택에 입사하려고 한다면 승부근성이 있는 인재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팬택이 승부수로 던진 것은 4세대(4G) 스마트폰 ‘베가 LTE(롱텀에볼루션)’. 세계 최초로 ‘모션 인식 기능’(휴대전화 화면에 손을 대지 않아도 전면 카메라가 손동작을 인식해 작동하는 것)을 적용한 것이다. 임 과장은 “소비자들이 베가 시리즈에 열광하는 것은 혁신적인 성능 때문”이라며 “최근 5년 동안 연구개발(R&D)에 1조원을 투자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위기를 함께 겪은 만큼 ‘전우애’가 단단하다고 했다. 구성원들을 가족처럼 여긴다는 것이다.

 “팬택 여직원들은 ‘모성 보호 휴가’란 이름이 붙은 105일짜리 출산 휴가를 받습니다. 법정 기준인 90일보다 보름을 더 줍니다. 회사 경영난으로 명예퇴직했던 직원들에겐 재입사할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채용 담당자로서 조언도 했다. 채점관이 면접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답변은 “무엇을 했다”는 내용인데, 그보다 “어떻게 했다”를 듣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공계 학생들은 ‘졸업 작품을 준비하면서 배웠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다”며 “어떤 프로젝트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 어떤 성과를 냈는지 말하지 않으면 그저 그런 답변이 되고 만다”고 지적했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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