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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밑창이 예뻐서 산다, 러닝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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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스니커즈가 거리를 휩쓴 게 2~3년 전, 운동화가 패션 아이템이 된 건 이미 오래된 일이다. 하지만 최근엔 ‘주자(走者)’가 달라졌다. 달리기를 위한 러닝화다. 운동과는 거리가 먼 이들도 멋내기용으로 찾으면서 일부 제품은 나오자마자 동이 날 정도다. 새로 나온 러닝화는 날렵하고 가볍다. 특히 ‘밑창에 힘 준’ 러닝화들이 대세. 모양· 색깔이 하나같이 튀는 데다 걸음을 뗄 때만 살짝살짝 드러나는 바닥 역시 화려하기 그지없다.

글=이도은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충격흡수 기능을 디자인으로 극대화

충격 흡수 기능을 강화하면서 밑창 모양과 색깔을 화려하게 만든 러닝화가 인기다. 1 프로스펙스 ‘R 스마트 213’ 2 리복 ‘직다이나믹’ 3 포니 ‘네온 라이트’ 4 뉴발란스 ‘WT572’ 5 아디다스 ‘메가 토션 RVI’ 6 엘레쎄 ‘플라이 라이트’. 바닥 역시 미끄럼 방지 기능을 강화했다. 7 아디다스 ‘메가 소프트셀 RL’ 8 나이키 ‘루나 글라이드 +3’

요즘 러닝화의 포인트는 아래로 향한다. 흰색의 고무 밑창 일색이던 예전과 다르다. 바닥 사이사이 홈을 파서 올록볼록하게 만들거나, 지그재그식으로 모양을 달리한다. 얇은 판을 여러 겹 쌓은 듯 보이는 밑창도 있다. 컬러 역시 밑창에 힘을 싣는다. 신발 바닥에 빨강·노랑·초록 등 강렬한 원색을 섞어 써서 마치 장난감 블록을 맞춰 놓은 듯 한 신발도 많이 나와 있다. 걸음을 뗄 때 찰나로 보이는 부분이지만 자연스럽게 시선을 끈다. 윗부분은 검정·회색·감색 등 짙은 무채색을 택하고 밑창은 눈부신 형광색으로 조합한 디자인의 러닝화는 웬만한 스포츠 브랜드가 모두 내놨다.

이 같은 ‘밑창 경쟁’은 단지 예뻐보이기 위해서일까. 아디다스 마케팅팀 허재석 대리는 “러닝화의 강화된 기능을 디자인적으로 극대화시킨 것”이라고 말한다. 뛰거나 걸을 때 충격을 흡수하고 무게를 줄이려면 구조 자체를 달리해야 한다는 것. 이에 맞춰 디자인을 바꿨다는 얘기다.

기능에 디자인이 더해지자 스타일을 위해 러닝화를 찾는 이도 많아졌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경우 올 1~9월 러닝화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가량 늘었다. 나이키·리복·뉴발란스 등의 인기 상품은 매일 20~30족이 들어와도 하루 이틀이면 모두 팔린다. 이 백화점 아동스포츠MD팀 김주성CMD(선임상품기획자)는 “구두 대신 편하면서도 실용적인 신발을 찾는 20~30대 여성들이 러닝화의 새로운 고객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패셔니스타 연예인들이 영화·드라마 등에서 러닝화를 자주 신고 나오면서 하나의 트렌드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캐주얼은 물론 정장에도 어울려

러닝화는 의외로 다양한 차림과 궁합이 맞는다. 트레이닝복이나 청바지를 넘어선다. 특히 러닝화를 재킷·치마와 짝짓는 ‘믹스앤매치(섞어 입기)’ 스타일이 유행이다. 최근 배우 최강희·이하나 등이 드라마에서 원피스에 러닝화를 신고 등장한 것도 본보기로 삼을 만하다. 러닝화와 정장류의 믹스앤매치에는 기본 원칙이 있다. 옷차림 자체를 단순하고 깔끔하게 입어야 한다는 것. 박만현 스타일리스트는 “러닝화는 아무래도 구두보다 둔해 보이기 때문에 깔끔한 의상과 잘 어울린다”며 “똑 떨어지는 바지 정장, 몸에 붙는 레깅스, 워싱이 들어가지 않은 생지 데님이나 블랙진은 러닝화 패션을 더욱 멋스럽게 만든다”고 말했다. 신발 밑창에 화려한 색을 사용했다면 옷은 무채색 계열로 누그러뜨려 주는 게 좋다. 좀 더 과감한 시도를 한다면 요즘 유행하는 맥시 스커트를 활용해 볼 만하다. 복사뼈까지 내려오는 일자 치마에 바이커 가죽재킷을 입고 러닝화를 신으면 여성스러우면서도 스포티한 느낌을 동시에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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