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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다 모았다, 중국견문기 455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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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고려~조선 600여 년의 연행 기록 455종을 인터넷에 담은 동국대 임기중 교수.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연행록(燕行錄)은 고려부터 조선까지 사신이나 수행원이 중국(지금의 베이징)을 방문하고 남긴 기록이다. 실무를 담당한 서장관(書狀官)이 조정에 제출한 것은 물론 참가자가 개인적으로 기록한 것도 포함된다. 1273년(고려 원종 14년) 이승휴의 『빈왕록』부터 구한말인 1894년(고종 31년) 김동호의 『갑오연행록』까지 이어졌다. 가장 유명한 게 연암(燕巖) 박지원의 『열하일기』다. 한·중간 교섭 내용뿐 아니라 외교 준비사항, 견문 및 풍습 목격담 등이 담겨 사료적 가치가 높다.

 600여 년의 연행 기록 455종을 인터넷에서 조회할 수 있게 됐다. 동국대 임기중(73) 명예교수가 1960년대부터 수집·편찬해온 연행록 총간을 11일 웹사이트(www.krpia.co.kr)에 공개했다. 영인본 페이지를 스캔한 이미지만 6만6000여 장으로 도서관 판매용 CD에 담을 경우 55GB(기가바이트) 분량이다.

 임 교수는 2001년 『연행록 전집』 100권을 낸 데 이어 2004년에 추가로 100권, 2008년에 속집 50권을 펴내는 등 영인본 작업에 전념해왔다. 이번 웹 작업에선 국내외 연구자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세기·왕대·저자 별로 탭(찾아보기)을 구성하고 작품·작자별로 사행(使行) 연도를 색인화했다. 각 원전에 없는 목차도 만들었다.

 임 교수는 “종이책 제작비를 감당하기 어렵고 전세계적 보급을 고려해 웹 파일화했다”고 말했다. 중국과 일본 대학 등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미국·일본 등 해외 도서관에 흩어져 있던 자료와 개인 문중에서 보관한 문집까지 훑어 ‘임기중 편본’을 완성하게 됐다고 했다.

 다만 텍스트 검색이 안 되고, 한문 원전 그대로 수록돼 일반인이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임 교수는 “전문연구기관이 10년을 내다보고 한글과 영문으로 번역했으면 좋겠다. 이토록 오랜 기간 국가간 교류를 문자로 남긴 건 세계문화사에서 유례가 없다”고 했다.

글=강혜란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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