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이 된 ‘3000만장’ 다시 만나는 너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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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20년 전 너바나. 왼쪽부터 데이브 그롤·커트 코베인·크리스 노보셀릭. [유니버설뮤직 제공]


이런 음악은 분노하고 있다. 저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매서운 분노를 노래한다. 1990년대가 미국 얼터너티브 록밴드 너바나의 ‘네버마인드(Nevermind)’로 문을 연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 시절 청춘은‘X세대’라 불렸는데, ‘존재하는 가치를 모조리 거부한다’라는 뜻을 품고 있었다.

 커트 코베인(기타·보컬)·크리스 노보셀릭(베이스)·데이브 그롤(드럼) 등으로 구성된 너바나는 91년 이런 분노의 정서를 담은 앨범 ‘네버마인드’(사진)를 발표했다. 리더 커트 코베인이 타이틀곡 ‘스멜즈 라이크 틴 스피릿(Smells Like Teen Spirit)’을 부르며 ‘A denial, a denial, a denial(거부, 거부, 거부)’를 성난 듯 내지를 때, X세대 구성원들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너바나는 젊음이었고, 분노였으며, 반항이었다.

 너바나의 ‘네버마인드’가 20년 만에 재발매 됐다. 94년 커트 코베인이 자살하면서 밴드는 해체됐지만, 이들이 남긴 전설 같은 음악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네버마인드’는 발매 당시 미국에서만 700만 장이 팔려나갔다. 마이클 잭슨의 히트작 ‘데인저러스(Dangerous)’를 끌어내리고 단숨에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올랐을 정도였다. 이 앨범은 현재까지 전세계적으로 3000만 장 넘게 나간 것으로 추산된다.

 ‘네버마인드’의 음악적 성과는 단지 시대정신으로만 설명될 순 없다. 너바나는 세계 젊은이가 공유하는 분노의 정서를 펑크(punk) 음악에 근사하게 담아냈다. 이를테면 이들은 청춘의 성난 마음을 음악으로 아름답게 매만졌다. 이 앨범의 타이틀곡 ‘Smells Like Teen Spirit’을 비롯해 ‘컴 애즈 유 아(Come As You Are)’‘리튬(Lithium)’ 등은 거친 사운드를 뚫고 나오는 매끈한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너바나는 성난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것과 더불어 대중이 즐길 만한 선율을 놓치지 않았다.

 다시 나온 ‘네버마인드’는 모두 4가지로 구성됐다. 오리지널 앨범을 디지털 음원으로 다듬은 1CD와 미공개 리허설 등을 담은 2CD, 너바나의 미공개 음원과 영상 DVD 등을 담은 5장짜리 슈퍼디럭스, 91년 발매 당시 LP를 복원한 4LP 등이다. 특히 슈퍼디럭스에 포함된 DVD에는 커트 코베인의 생전 모습이 담겨 팬들의 추억을 끌어낸다. 디지털 복원 작업을 거쳐 커트 코베인의 찢어질 듯 절규하는 목소리가 되살아났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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