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전문가, 현대 경영개선 계획 긍정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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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전문가들은 31일 발표된 정주영 명예회장을 포함한 정씨 3부자의 현대그룹 경영일선 퇴진 등 현대 경영개선안과 관련, 대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들은 또 정부와 현대그룹이 위기의식을 갖고 계열사 유동성 위기로 촉발된 증시폭락사태이후 발빠른 대응을 보였기 때문에 투자심리를 크게 호전시켜 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현대의 과거 그룹경영 방식을 고려할 때 외국기업들과의 제휴가 순조롭게 진행될 지 여부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김창권 교보증권 선임연구원 = 현대가 정주영 명예회장 등 3부자 경영일신 퇴진안을 발표하는 등 정부와 시장에서 바라던 안을 내놓았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또 지배구조가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겠지만 현대와 정부 모두 이번 사태를 질질 끌지 않고 조기수습에 나섰기 때문에 투자심리를 호전시키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현대가 밝힌 대로 전문경영인과 이사회 중심의 경영체제로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향후 주가흐름에도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또 부동산 매각도 당장 시장에 내다팔기는 힘들겠지만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의 발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안이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정보팀 과장 = 현대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현대가 정부와 채권단의 안을 조기에 수용했다는 점에서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 같다.

보기에 따라 형식적인 대책으로도 볼 수 있지만 명예회장 등 3부자 경영일선 퇴진 이라는 신선한 카드를 내놓았기 때문에 시장에서도 일단 이번 사태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해결되고 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

이같은 분위기가 선 반영돼 외국인들이 2천억원 넘는 순매수를 기록한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 현대가 이번 경영개선 계획안에서 밝힌대로 경영을 투명화하고 전문경영인 중심의 경영구조로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의 반응이 앞으로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영증권 장득수 조사부장 = 일단 3부자가 물러나고 부동산매각 등 강도높은 자구노력을 밝혔다는 점에서 증시에는 상당히 큰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3부자가 물러남으로써 강력한 구조조정의지를 내외에 천명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물론 구조조정노력은 발표만으로는 곤란하고 좀 더 추이를 지켜봐야하겠으나 현재로서는 일단 신뢰를 보낼 만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경영개선 계획 발표로 그동안 증시상승에 부담이 되고 있던 먹구름이 약간은 걷혔다고 할 수 있으며 추가상승여력도 어느 정도 확보된 것으로 보인다.

▶함춘승 ING베어링증권 서울지점 상무이사 = 대주주의 지분이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대주주의 영향력이 사라질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또 현대의 과거 형태로 볼 때 외국기업들과 전략제휴가 잘 진행될 지도 의문이다.

외국기업과 전략적인 제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우려가 불식되어야만 이번 발표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현대에 대해서는 시장에서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우량계열사와 자산이 많이 있기 때문에 유동성 문제 등에 대해서 충분히 대처할 능력이 있다는게 시장참여자들의 일반적인 평가였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우려하는 것은 새한그룹의 워크아웃 신청에서 보듯이 드러나지 않은 중형 재벌그룹들이다. 이 때문에 투신과 은행의 체질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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