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이라크공사 미수금 8억弗은 건질듯

중앙일보

입력

현대건설이 이라크에서 공사를 마친 뒤 10년 가까이 받지 못한 미수금 가운데 상당액을 건질 가능성이 커졌다.

현대는 1991년 걸프전 이후 미국 등 서방국이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를 풀지 않아 이라크에서의 철도.플랜트 공사대금 9억달러를 아직 받지 못했다.

이와 관련, 현대는 최근 세계적 회계감사 법인이자 컨설팅업체인 미국의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PWC)와 어음할인 방식으로 이 미수금을 처리하기로 양측이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에 따르면 ▶미수금 가운데 이자는 포기하고 ▶원금(약 9억달러)의 10% 안팎을 PWC 측에 할인받아 ▶8억달러 정도를 회수하는 조건으로 청구권을 PWC에 넘겨준다는 것. PWC는 미국 정부의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가 몇년 안에 풀릴 것으로 보고 현대의 공사대금 청구권을 싸게 인수해 나중에 이를 받아낸다는 계산이다.

현대와 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최근 내한한 PWC 고위 관계자는 "정몽헌 회장.김재수 현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 등과 이같은 내용의 협의를 마쳤으며 곧 처리될 것" 이라고 말했다.

현대의 고위 관계자도 "구체적으로 파트너를 밝힐 수는 없지만 이라크 미수금 회수방안에 대해 협의를 마쳐 상당한 진척을 이룬 것은 사실" 이라며 "공사대금 중 상당액을 연내에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돈은 일시불로 받는 게 아니라 3~4회에 걸쳐 연말까지 받는 것" 이라며 "현대건설의 현금 흐름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 덧붙였다.

또다른 현대 관계자는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가 1~2년 안에 풀릴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해 미수금 문제가 잘 풀릴 수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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