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 일문일답]

중앙일보

입력

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은 29일 오전 금융감독원 기자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현대그룹과 마치 대립하고 있는 것 처럼 비쳐지고 있으나 정부는 현대그룹과 외환은행간 협상을 예의주시하고 있을 뿐이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금 입장은.

▲정부는 현대그룹이 전체적으로 문제없다고 보고 있다. 자금유동성이나 재무구조면에서도 문제없다. 다만 현대건설이 자금수급의 미스매치(불일치)로 인해 5-6월이 조금 어려운 상황에 있다.

그러나 '왕자의 난'으로 불리우는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며 현대그룹이 시장에서 신뢰를 잃는 신뢰의 문제가 발생했다. 투자자들에게 심리적으로 상당히 부정적인 효과를 줬고 그 결과 우려한 대로 지난 주말 주가가 폭락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현대로 하여금 자구노력을 발표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라는 요청을 했고 현대는 전날 이에 답하는 의미로 현대 입장을 외환은행에 제시했다.

현대가 내놓은 입장에 대해 정부가 좋은지 나쁜지 코멘트할 단계는 아니다. 현대와 채권은행이 사항별로 협의를 해서 시장에서 수긍할 수 있는 수준까지 협의가될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지금 코멘트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

현대와 채권은행이 오늘부터 진지한 협의를 할 것이다. 조만간 시기적으로 가능한 것부터 시작해서 내놓을 것이다. 각 사안별로 언제까지, 어떤 조치를 할 지 구체적이고 자세한 내용을 담을 것이다. 그리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권위있는 외부기관이 (계획의 타당성 등을) 분석해 제출함으로써 시장에서 인정받을 것으로 믿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방관만 한다는 뜻인가.

▲현대와 채권은행 모두 문제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지나친 염려는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양자의 협상을 예의주시하되 시장의 정상적 가동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동향을 체크하고 계열분리 대상.방식.기간 등 자구계획에 대해 시장의 입장에서 납득가능한 지 여부를 검토하겠다.

--오늘 개장초반 주가가 하락했는데.

▲처음부터 시장이 그렇게 만족해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차차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정몽헌 회장이 갑자기 일본을 방문했는데.

▲정몽헌 회장이 일본에서도 수시로 구조조정위원회와 전화하고 팩스를 건네면서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대그룹 지배구조개선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정부가 보는 입장은 없으나 시장이 보는 입장은 있다. 정부가 특정인사에 대해 물러가라고 주문한 적 없고 다만 시장에서 납득할만한 수준이 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또 특정회사를 팔라고 한 적도 없다.

현대 경영진이 스스로 어떤 회사를 팔고 어떤 회사를 정리하는 게 좋은지 답을 내놓아 시장에서 납득되면 되고 용납이 안되면 수정 보완해야 하지 않겠느냐.

경영권 문제에 대해 시그널을 보낼 필요는 있다. 그러나 특정인사를 지목할 필요는 없다.

--하나-한미은행 합병추진에 대해 들은 바 있나.

▲아직 합병 얘기를 들은 바 없다. 은행 합병은 금융지주회사법이 통과된 후 하반기께 본격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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