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주, 다시 봐야하는 이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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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호 20면

전 세계 스마트폰 열풍을 이끌어낸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오랜 투병 끝에 결국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신제품인 아이폰4S를 발표한 다음 날의 일이었다. 미디어와 트위터·페이스북 등을 통해 전 세계인들이 애플 신화의 주인공 서거에 애도와 추모로 응답했지만, 투자자들은 위대한 리더의 사망 그 자체보다는 리더를 잃은 애플의 미래에 더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애플과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경쟁하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주가가 상승한 반면 애플 주가는 하락했다. 한국 증시에서도 핸드셋 분야 경쟁사인 삼성전자, LG전자가 상승하면서 이러한 투자자들의 심리를 대변했다.

증시 고수에게 듣는다

이와 유사한 사례를 최근에도 경험할 수 있었다. 바로 지난 3월 일본 대지진이다. 당시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일본 산업의 막대한 피해가 알려졌다. 전 세계가 일본 피해 복구를 위해 구호의 손길을 내미는 사이, 투자자들은 일본 산업 피해로 인한 우리나라 산업의 반사이익과 수혜에 더 주목했던 게 사실이다.

글로벌 이슈에 의해 국내 기업들의 수혜가 부각된 사례가 있는 반면, 반대로 피해가 지나치게 부각되어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산업도 존재한다. 국내 금융업종이 대표적이다. 국내에 상장된 은행과 증권사들은 유럽 부채위기 우려가 부각되며 시가총액 규모가 장부가치(PBR)의 0.6~0.7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현재 주가 수준은 2008년 미국 리먼 브러더스 파산 당시 PBR 0.5~0.6배 수준에 근접한 것이다. 위기의 발원지인 유럽 은행들의 PBR 0.5배와도 유사한 수준이다.

사실 리먼 사태를 돌이켜 보면 당시에 국내 금융업종이 낮은 밸류에이션을 받은 이유가 명확했다. 글로벌 신용경색이 발생하면서 국내 금융기관들은 해외 파생상품 투자에서 손실을 봤고, 경기 침체로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확대되면서 손실이 크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일부 금융기관은 대폭 적자를 시현하기도 하며 부도 위기설이 나돌기도 했다. 실제로 장부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국내 금융업의 펀더멘털이 이번 유럽 재정위기와 리먼 사태에서 동일한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UBS 분석에 따르면, 유럽 은행권들이 자기 자본 대비 PIIGS(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국가 익스포저(연관 손실 금액) 비율은 30~300% 수준으로 매우 높게 보유한 반면, 한국 금융기관들은 0~1.5%에 불과하다고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PIIGS 국가들의 부실채권 문제로 유럽 은행권들이 약 1000억~2000억 유로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고 발표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국 금융기관들의 익스포저 비율을 감안하면 유럽 재정위기로 우리가 받을 직접적 피해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글로벌 매크로 상황 변동에 따른 국내 부실 문제가 우려되는 상황인지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내 은행들은 감독기관의 감독이 강화되며 지난 3년간 부동산 PF 대출을 2008년 6월 말 51조원에서 현재 21조9000억원으로 56.9% 줄였다. 또한 3차에 걸친 부실기업 구조조정 과정을 통해 국내 한계기업에 대한 정리도 충분히 진행되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자본 확충까지 병행되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2008년 3월 말 10.7%에서 현재 14.5%까지 높여 놓았다. 국내 부실로 인한 건전성 이슈가 재발할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이유다.

당장 3분기 실적에서도 국내 은행들과 유럽 은행들 간의 차이가 나타난다. 언론 보도와 시장 컨센서스를 종합하면 3분기 국내 은행들의 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UBS·BNP파리바 등 유럽 주요 은행들의 이익은 전분기 대비 10% 수준의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더욱이 유럽 은행들은 PIIGS 국가 채권에 대한 추가 상각 가능성을 감안하면 이익 규모가 예상치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국내 은행들의 실적이 괜찮은 것은 지난 3년간의 경기회복 기간 금융기관들의 건전성이 강화된 덕분으로 해석된다. 해외 부실 은행들과의 비교 우위가 부각될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박건영 2004년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들어간 후 간판 펀드인 디스커버리펀드를 최고 수익률 펀드로 만들어 이름을 날렸다. 2009년 브레인투자자문을 세워 투자자문사 전성시대를 열었다. 경북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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