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안 생겼는데 … 과격하군요, 해밀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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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했어. 그게 챔피언이 되는 방법이지(Well done, Well done, That’s how to win a championship).”

 지난 9월 국제자동차경주 포뮬러원(F1) 싱가포르 그랑프리(GP)가 끝난 뒤 펠리페 마사(페라리)는 인터뷰하는 루이스 해밀턴의 어깨를 툭툭 쳤다. 해밀턴은 마사를 돌아보며 “건드리지 마쇼(Don’t touch me, man)”라고 쏘아붙였다.

 해밀턴(26·영국·맥라렌·사진)은 실력과 인기를 겸비한 F1의 스타다. 그레나다 이민 3세로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0세 때 영국 카트 챔피언에 오른 천재 드라이버. 그의 기량을 눈여겨본 맥라렌이 ‘영 드라이버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로 키웠다. 2007년 F1에 데뷔하자마자 4승을 따냈고, 2위로 시즌을 마쳤다. 다음해 당시 최연소(23세 10개월·2010년 페텔이 23세4개월로 경신) 기록을 세우며 흑인 최초의 월드챔피언이 됐다. 해밀턴은 리복과 펩시콜라 등의 광고 모델로도 발탁되며 승승장구했다. 올 시즌 해밀턴은 실력보다 ‘사고’로 더 큰 화제를 모았다. 특유의 공격적인 드라이빙으로 다른 드라이버들과 마찰을 빚었다. 해밀턴은 지난 5월 열린 모나코 그랑프리에서 과격한 레이스로 두 명의 드라이버가 탈락하는 데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난을 들었다. 마사는 지난달 열린 싱가포르 GP가 끝난 뒤 해밀턴을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선수’로 야유했다. 세 차례 월드 챔피언을 차지했으며 해설가로 활동 중인 니키 라우다는 “(해밀턴이) 완전히 미쳤다”며 심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잦은 사고 때문에 올 시즌 성적도 5위에 머무르고 있지만 해밀턴은 여전히 당당하다. 그는 모나코 GP 이후 “내가 흑인이라서 자주 조사를 받는다”고 볼멘소리를 해 비난을 들으면서도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해밀턴은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 내가 위험한 운전을 한다는 비판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국팬들도 곧 그의 불꽃 같은 드라이빙을 볼 수 있다. 14~16일 전남 영암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열리는 코리아 그랑프리가 무대다.

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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