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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발레 화려한 외출

중앙일보

입력

국립발레단(단장 최태지)이 3년만의 '화려한 외출'을 성공리에 마쳤다.

22일 오후 7시 30분(한국시각 오후 8시 30분) 중국 베이징(北京)스지(世紀)극장에서 세번째 해외공연이자 첫 중국공연을 한것.

1천7백여석을 가득 메운 중국 관객들은 한국 발레의 우아한 아름다움에 매료된 표정이었다.

대다수가 중국인인 관객들은 팜플렛을 꼼꼼히 읽고, 공연 관계자에게 질문을 하는 등 강한 호기심을 보였다.

베이징 TV와 각종 무도(무용)잡지 등 현지 언론은 주역·무용수와 단장 인터뷰를 하는 등 취재 경쟁을 벌였다.

이번 공연에는 김주원·김지영·이원국 등 국립발레단의 주역 무용수 3인을 포함해 50명의 단원이 참가했다.

공연의 1부는 김은정·신무섭의 '파리의 불꽃', 김지영·김보연의 '에스메랄다', 박일의 1인무 '로렌시아', 김주원·이원국의 '그랑 파 클라시크(Grand-Pas Classique)'에 이어 화려한 가면과 기타 등 소품이 어우러진 '베니스 카니발'을 선보였다.

편당 2~10분 가량의 소품들이라 공연의 맥이 자주 끊기는 점이 아쉬웠지만 다양한 레퍼토리로 한국 발레의 기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2부는 김주원·이원국·김지영 등 22인의 무용수가 출연한 30분 분량의 '파키타', 경쾌한 분위기 속에 다양한 회전 동작이 많이 등장하는 이 작품은 가장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날 공연의 주인공은 이원국. 특히 '파키타' 마지막 부분의 박진감 넘치는 회전 동작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소화해 열광적인 환호를 자아냈다.

공연을 본 중국 문화부 위엔 샤오스(孟曉駟)부부장은 "볼쇼이 발레단 등 세계 유수의 발레공연을 많이 봤는데, 한국 국립발레단은 이들에 견주어 전혀 손색이 없다"며 "오늘밤은 중국이 아닌, 외국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환상적 이었다"고 말했다.

중국 예술 연구원 무도 연구소 전(前)부소장이자 북경사범대학 예술계 겸임교수인 동시지오(董錫玖)도 "짧은 작품들이었지만 각기 다른 품격과 특성을 충분히 표현한 공연이었다" 며 "중국 발레는 나날이 러시아식으로 변해가고 있는데 반해 한국 발레는 같은 동작을 하더라도 한국 고유의 독특한 분위기가 녹아있는 것 같다"고 평했다.

이번 공연에 대해 최태지 단장은 "짧은 준비기간과 부족한 예산탓에 전막 작품을 올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단원들 모두 열심히 해줘서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게 돼 기쁘다"라며 "앞으로 해외 공연을 보다 활발히 추진해 최근 급성장한 우리 발레의 기량을 세계에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국립발레단은 23일 같은 장소에서 한 차례 공연을 더 가진 후 24일 귀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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