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숭실대] “미국·중국 교환학생 때 세계인으로 눈떴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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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는 ‘숭실 2020’을 통해 건학이념인 진리와 봉사를 실천할 수 있는 진정한 융합형 인재를 키우기 위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3·1운동을 주도한 리더십, 일제 신사참배 강요에 폐교로 맞선 신앙적 지조와 민족적 자존의 전통을 이어받아, 국가발전과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교육과 학생, 교수, 행정서비스, 국제화, 재정, 인프라 등 6개 분야에 걸쳐 10대 핵심 전략과제를 선정하고 48대 실행과제를 세분화해 ‘Best Choice SoongSil’을 만들어 갈 계획이다. 10대 핵심 전략과제는 교육역량 강화와 교육체계의 선진화, 학사조직 운영과 학생 역량 개발, 각종 제도 개선 등을 골자로 한다. 다각적인 노력을 바탕으로 2020년까지 학생이 만족하는 강한대학, 창의적 인성교육이 강한대학, 사회에 봉사하는 대학을 만드는 것을 중점 목표로 삼았다. 특히 다양한 국제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MOU 체결을 확대해 진정한 글로벌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세계로 도전하는 숭실인, 통섭 능력을 갖춘 창의적인 숭실인, 인성과 전문성을 갖추고 진리와 봉사를 실천하는 숭실인’. 숭실대 발전계획인 ‘숭실 2020’이 내건 미래 인재상이다. 그러나 이 비전은 이미 현재 진행 중이다. 조만식·안익태·한경직 등 민족의 지도자들을 배출한 114년의 뿌리 깊은 저력으로 미래 인재들을 지금 길러내고 있다. 그 첫걸음을 내딛고 있는 졸업생들이 개교기념일(10월 10일)을 앞두고 지난달 30일 모교를 찾아와 초심을 다졌다.

글=박정식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기업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있는 서준혁씨, 세계로 진출하는 삼성TV를 만드는 신화용씨, IT솔루션 전문가로 중국시장을 개척할 한재전(왼쪽부터)씨가 모교 숭실대를 찾아 초심을 다졌다. [김경록 기자]

새로운 관점을 찾아내는 경쟁력 길러줘

“나에게 차별화된 경쟁력을 찾아줬습니다.” 공인회계사 서준혁(26·언스트앤영 한영회계법인)씨가 모교인 숭실대를 떠올릴 때마다 갖는 생각이다. 서씨는 7년 전인 숭실대 경영학부 2학년 때 최연소로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다. 현재 재무자문(TASS) 부문에서 기업 실사·가치평가 일을 하고 있다.

 “숭실대를 다니지 않았다면 남과 별반 다름없는 회계사가 됐을 거예요.” 그는 숭실대 유학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이렇게 얘기했다. 그는 재학 중 1년 동안 미국 네브라스카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다녀왔다.

 “단순히 영어 능력을 기르고자 도전했는데 그곳에서 예전엔 몰랐던 새로운 관점을 배우는 전환점이 됐어요.” ‘기업가 정신’에 대한 수업 때 포스트 잇의 가치를 만들라는 과제를 받았다. 일종의 기업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실습이다. 외국인 학생들과 수일 동안 토의했다. 포스트 잇을 붙인 가방·옷 등을 착용하고 생활하면서 주변의 이목을 끄는 아이디어를 내 우수 평가를 받았다. “기업의 가치라고 하면 흔히 돈 버는 일을 생각하는데, 사회문화의 하나로 만들어 기업 가치를 만들어내는 그들의 사고방식을 보고 큰 배움을 얻었죠.”

 사회에 나온 서씨는 기업 실사와 가치평가를 할 때마다 당시 경험을 떠올리며 관점이 다른 생각으로 문제를 해결해가고 있다. 난해한 문제들 앞에선 늘 주눅 들던 그가 이젠 더욱 자신감이 커지는 이유가 됐다.

 “진로가 캄캄해 보이지 않을 때면 전규안 지도교수와 선·후배들이 해답을 찾는 나침반이 돼줬어요. 원하는 디딤돌들이 숭실대 캠퍼스 곳곳에 숨어 있어요. 스스로 찾으러 나서기만 한다면 자신의 발판이 될 겁니다.”

숭실에서 배운 우리 기술이 세계적인 기술

“외국에서의 한국산 가전제품의 위상을 보고 제 진로를 결정했습니다.” 현재 LED(발광 다이오드) 텔레비전의 외관을 개발하고 있는 신화용(29·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씨는 숭실대 재학시절 목격한 광경이 자신의 진로를 결정했다.

 기계공학과 2학년 때 교환학생으로 미국 오클라호마 대학으로 간 그는 현지인들 사이에서 삼성TV 구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대학 기숙사와 외국인 친구 집에 온통 삼성전자 가전제품이 있는 것을 보고 건설플랜트에서 일하려 했던 진로를 그 자리에서 바꿔버렸다. ‘나도 삼성TV를 만들어야겠다’라고.

 “외국에 가기 전엔 내가 배운 우리나라 기술이 외국에서 통할까, 뒤처지진 않을까 스스로 의심의 끈을 놓지 못했어요. 하지만 현지 모습을 보고 유럽·영미권 외국인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내가 숭실에서 배우고 있는 학업수준이 세계에서도 통하겠구나 생각하게 됐죠. 짧은 유학기간이었지만 내겐 큰 울림이었습니다. 숭실이 제게 준 선물입니다.”

 신씨는 로봇을 만드는 교내 동아리 메카트로닉스에서 회장까지 역임하면서 실력을 쌓았다. 장애인 휠체어가 좁은 공간에서도 제자리에서 360도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기능을 착안해 경연대회에 발표하기도 했다. 그 같은 노력으로 숭실대가 공학분야 인재에게 수여하는 형남공학상을 받았다. 일본 오사카대, 중국 푸단대, 한국 숭실대의 국제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해 지구촌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면서 국제 감각도 익혔다.

 당시 유학 체험담과 형설지공의 자기계발 이야기를 삼성전자 입사 면접 때 자기 소개로 제시했다. “유학시절 사귄 외국인 친구들이 모두 세계적인 기업과 언론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들과 쌓은 글로벌 네트워크는 제가 숭실대를 다니며 얻은 덤입니다.”

중국·영미권 IT허브가 될 저력 심어줘

“영미권과 중국과 한국을 연결하는 IT솔루션의 허브가 될 겁니다.” 올 초 숭실대 산업정보시스템공학과를 졸업한 한재전(26·한국오라클유한회사)씨 역시 숭실대의 국제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변신을 거듭했다. 한씨는 어플리케이션 세일즈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미래 중국 시장을 개척할 IT솔루션 전문가를 꿈꾸고 있다.

 그의 꿈은 재학 중 중국 산동사범대로 교환학생을 가면서 가슴에 새겨졌다. 당시 친구들과 선배들은 그의 중국행을 말렸다. 선진기술을 배우러 영미·유럽국가로 가라는 충고였다. 하지만 그는 중국 유학 길을 열어준 숭실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미래엔 영미권과 중국에 능통한 공학전문가가 필요하단 생각에서였다.

 한씨는 한 학기인 짧은 유학기간 동안 중국이라는 바다에 깊이 잠수하려고 노력했다. 한국어와 영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중국인 친구들에게 찾아가 상호 품앗이 개인교습을 제안했다. 그 결과 외국인은 배우기 어려운 중국어 성조와 중국 관습을 터득했다. 한국에 돌아와 중국한어수평고시(HSK) 4급 자격도 취득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숭실대가 제공한 국제학생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지난해 여름에 대만·러시아·일본·중국·한국 대학생 환경포럼에 참여해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해 논의했다. 이와 함께 포럼에서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활동도 펼쳤다. “친구들과 팀을 이뤄 요즘 유행하는 현대음악에 맞춰 한국 전통 탈춤을 공연했어요. 국제감각을 뼛 속 깊이 새기는 순간이었어요.”

 그는 이 같은 경험을 회사 내 외국인들과의 의사소통 능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내엔 중국계 매니저들이 많아요. 이들과 함께 앞으로 중국시장을 개척할 미래가 기대됩니다.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끊임없이 격려해주신 정병희·손재동 교수님이 나의 진정한 저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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