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지구 역사 온전히 간직한 극지, 온난화 해결 열쇠 묻혀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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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북극에 여덟 번 다녀왔어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얼음 위에 있는 북극곰을 봤는데, 요즘에는 바다에 떠내려오는 곰들을 주로 보게 되네요.” 극지연구소 남승일 박사의 말이다. 그는 2008년에 우리나라 최초로 북극 전역을 항해·탐사한 북극 전문가다.

박형수 기자

북극곰이 녹아서 얇아진 얼음 위를 위태롭게 걸어다니고 있다. [남승일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 제공]

-기후 변화와 극지 연구가 어떤 연관이 있나.

“지구의 기후가 변하면 가장 먼저 신호가 나타나는 곳이 극지다. 예를 들어 산 꼭대기에 올라가면 도시에 있을 때보다 기후 변화를 민감하게 느낄 수 있지 않나. 아침·저녁의 온도 차이도 크고, 계절 변화도 확연하다. 반대로 적도는 1년 내내 뜨겁기만 한 곳이라 기후 변화를 느낄 수 없다. 극지가 기후 변화 연구에 적절한 이유는 또 있다. 인간에 의한 간섭과 변형이 일어나지 않은 곳이라 기후 변화를 정확하게 관측할 수 있어서다. 자연의 변화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정확한 자료를 수집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극지 생태에 실제로 변화가 생겼나.

“내가 북극 연구를 시작한 게 1991년이고 93년에 처음 북극에 가봤다. 당시에도 지금과 똑같이 배를 타고 갔다. 지금은 북극으로 가는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얼음이 그만큼 많이 녹았기 때문이다. 전부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던 곳이 지금은 절반은 얼음, 절반은 호수다. 얼음이 녹으면 환경 변화가 급격히 일어난다. 북극곰도 예외가 아니다. 삶의 터전인 얼음이 붕괴되고 있으니 개체 수가 확 줄었다. 배에서 작업하고 있다 보면 물에 빠져 표류하는 북극곰을 종종 보게 된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남승일 박사와 독일의 연구팀과 공조해 북극 탐사를 하고 있다. [남승일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 제공]

-극지 탐사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

“극지 연구에도 여러 분야가 있다. 기후 변화 연구만 해도 해양 탐사, 빙하 탐사, 해양지질 탐사 등이 협업을 통해 이뤄진다. 내 전공은 해양지질학이다. 바다 밑에 깔린 퇴적물을 시추해 과거의 기후라든지 생태 기록을 추적하는 작업이다. 퇴적물을 건져 올려 하나하나 분류하며 구조와 색깔을 보고 분석해 보면 이게 빙하기의 기록인지, 간빙기의 기록인지 판별할 수 있다. 그리고 당시의 북극 기후도 유추할 수 있다. 이런 연구를 통해 과거 기후 변화의 원인을 찾고 앞으로 기후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극지 연구는 선진국과 비교해 어느 수준인가.

“몇몇 분야는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에 이미 올랐다고 본다. 아라온호라고 불리는 쇄빙선을 보유하고 있고, 세종기지(남극)·다산과학기지(북극)·장보고기지(남극) 등 여러 연구기지를 갖춘 점 등은 어느 선진국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다만 극지를 연구하는 인력이 적어 연구 분야가 좁은 게 아쉬움이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연구를 후학들이 이어받아 우수한 결과물을 낸다면 향후 5~10년 이내에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 걸로 본다.”

남승일 박사는 “북극이 변화하면 한반도 기후에 즉각적인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김진원 기자]

-극지 연구 분야의 선진국은 어디인가.

“연구 성과로 보면 미국이 가장 앞서가고 있다. 극지 연구에 투자를 가장 많이 하는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은 환경의식이 강한 나라다. 원자력발전소도 2020년이면 모두 파기한다고 할 정도다. 쇄빙선 같은 연구장비도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내가 10년간 몸담았던 독일의 연구소는 직원만 800명이 넘는다.

이런 나라들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시야가 좁은 편이다. 국가 정책도 그렇고 국민도 ‘우리나라 주변 바다만 탐사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한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지구온난화라는 글로벌 이슈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책임감과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극지의 비밀이 풀리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이 있나.

“단순하게 생각하면 극지에 매장된 에너지 자원이라든지, 해운업에서 상선들이 물류를 나르는 길이 짧아지는 등의 장점을 꼽을 수도 있을 것이다. 더 근원적으로는 극지 연구를 통해 전혀 몰랐던 물질들, 예를 들면 영하의 온도에서 살아있는 플랑크톤들이 갖고 있는 신물질을 발견해 내는 데 목적을 둘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이 기후 변화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 역할을 할 것이다.

북극 자체도 지난 수천만 년 동안 변화무쌍한 변화를 겪어 왔다. 5500만 년 전에는 북극도 섭씨 25도였다. 가장 최근에 북극이 따뜻했던 시기는 12만5000년 전이다. 당시 지구의 온도도 지금보다 2~3도 높았다. 지금은 예측하기 어려운 오늘날의 기후 변화 영향력도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비밀을 풀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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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의 영향

지난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000~ 2009년이 지구 역사상 가장 따뜻했던 10년이라는 분석 자료를 내놨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산하 국립기상데이터센터(NCDC)는 지난해 세계 평균 기온이 20세기 평균(섭씨 13.9도)보다 0.62도 높아 기상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기온 상승은 산업화가 지속되면서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CO₂)의 농도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의 증거는 여러 가지다. 폭염과 폭우는 물론 지독한 추위와 폭설 역시 지구온난화의 여파다. 한파는 북반구의 전체 기온이 상승해 겨울이 따뜻해지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북반구 전역으로 퍼져나가 발생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도 크다. 우리나라는 평균기온이 4도 올라가면 향후 90년간 50조원 넘는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채여라 박사는 “수자원 부문이나 건강·농업, 생태계 등의 피해를 추가하면 피해액은 더 커질 것”이라며 “획기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없으면 2100년께는 이런 상황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온 상승으로 인한 극지 변화의 양면

녹아버린 빙산 조각 위에 위태롭게 자리한 북극곰의 모습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그대로 간직한 극지가 위기에 처했다. 남극 상공의 오존홀(오존층에서 오존이 급격히 감소된 영역)은 2000년 9월의 2990만㎢에서 2010년 9월 2220만㎢로 얇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말에는 북극 상공의 오존층도 급격히 손상됐다. 얼음 면적도 감소하고 있다. 미국 국립빙설데이터센터에 따르면 2008년 여름 북극의 얼음 면적은 452만㎢로 79년에 비해 42%나 줄었다. 2007년에는 사상 최저치인 422만㎢를 기록하기도 했다.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서 북극해에서 6년 이상 된 두꺼운 얼음은 매년 감소하고 1년 정도 얇게 얼었다가 녹는 얼음 지대가 많아진 것이다. 북극해의 온난화는 많은 부작용을 일으킨다. 북극의 러시아 영토 안에 서식하는 북극곰이 20년 전엔 4000마리였으나 최근에는 1500마리까지 준 것으로 러시아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반면 지구온난화로 북극 항로의 상용화, 북극해 자원 수출 항만 개발, 북극해 운항 선박과 장비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산업이 발전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 주 주제와 관련된 NIE 활동 이렇게

1. 신문에 실린 사진이다. 이를 보고 지구온난화에 대해 경고하는 표어를 만들어 본다.



2.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산업화의 결과물인 이산화탄소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결국 산업 발전의 속도를 늦추는 것을 의미한다. 산업화에 따른 성장과 발전을 양보하고 자연을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아래 기사를 참고해서 ‘지구 온난화 해결 방안’을 주제로 토론을 해 본다.

인류 역사의 대부분을 인간은 자연에 의존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산업화와 시장의 세계화 과정을 지나면서 자연의 이용과 활용을 넘어 자연 자원의 무차별적 남용으로 이어졌다. 이는 결국 위험한 수준의 기후변화를 초래했다. 유엔기구변화 보고서는 “인류가 멸종으로 가는 고속도로 위에 올라서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산업자본주의와 금융자본주의를 넘어 생명자본주의 시대를 열어 가야 한다는 주장이 전개되고 있다. 인간을 비롯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서로 얽혀진 그물망에서 공동운명체로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으므로 서로를 살리려는 노력을 지속할 때만이 지구생명공동체가 제 기능을 발휘하며 공생이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중앙일보 2011년 8월 24일자 8면>

3.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으로 지구의 대다수 생물종이 멸종하는 위기가 다가올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다. 옆 도표를 보고 인류의 생태계 파괴가 향후 500년간 지구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 것인지 예측해 보고서를 작성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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