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의 바람 … ‘월드컵 악연 … 이젠 안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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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이동국이 국가대표팀 소집훈련을 위해 파주 NFC에 들어서고 있다. [파주=뉴시스]

이동국(32·전북)이 ‘꿈의 무대’ 월드컵을 향해 다시 뛰기 시작했다. 목표는 2014년 브라질이다.

 이동국은 4일 파주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예전과 비교하면 축구 선수의 생명력이 많이 길어졌다”며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몸 관리를 잘 한다면 충분히 브라질 월드컵까지 내다볼 수 있다”고 했다.

 이동국은 한국 축구 간판 스트라이커의 계보를 잇는 선수다. 그러나 그에게 월드컵은 악연으로 남아 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네덜란드와의 2차전. 0-5로 크게 패한 이 경기에서 열아홉 소년 이동국이 날린 통렬한 중거리 슛 한 방은 한국 축구팬들에게 위로이자 희망이었다. 그러나 한국 대표 팀은 16강은커녕 1승도 못 거두고 돌아왔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은 한숨을 쉬며 TV로 지켜봤다. 대한민국 대표 팀의 거스 히딩크 감독은 “이동국은 게으르다”는 낙인을 찍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은 개막 두 달 전 무릎을 다쳐 출전하지 못했다.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12년 만에 월드컵 무대에 복귀했다. 하지만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 결정적인 득점기회를 놓쳐 비난 속에 귀국했다. 이동국의 월드컵은 그렇게 악몽으로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사자왕’ 이동국은 쓰러지지 않았다. 올 시즌 K-리그 27경기에 나서 16골·15도움을 올리며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득점 2위, 도움 1위다. 조광래 대표팀 감독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 7일 폴란드와의 친선경기, 11일 아랍에미리트(UAE)와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3차전을 앞두고 이동국을 대표팀에 불렀다.

 이동국은 “경기력이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 대표팀에서 활약하고 싶지만 지금은 당장 치러질 경기가 중요하다. 기회가 온다면 장점인 마무리 능력을 보이고 싶다. 또 박주영·지동원 등 동료들이 잘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파주=김종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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