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스마트 카트’ 세계 첫선 … 태블릿PC 속으로 할인정보 쏙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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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성수동 이마트 매장에서 한 여성 고객이 스마트 카트를 활용해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

이마트 매장에 들어섰다. 쇼핑카트에 장착된 태블릿PC에 쇼핑 목록을 입력하자 매장 어디에 제품이 있는지 PC 화면에 나타났다. 쇼핑 카트를 끌고 걸어가자 매장 곳곳에서 진행 중인 각종 할인행사 정보가 태블릿PC 화면에 떴다. 매대 이동 중엔 가까운 위치에 있는 제품별 할인쿠폰이 수시로 화면에 소개됐고, 즉석에서 태블릿PC로 내려받을 수 있었다. 계산대 앞에서는 이렇게 모은 할인쿠폰들을 화면에 불러내 결제금액을 줄였다.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스마트 쇼핑’이 눈앞에 다가왔다. 이마트는 이같이 다양한 쇼핑 정보와 혜택을 제공하는 태블릿 PC가 설치된 ’스마트 카트’를 4일 성수점에서 선보였다. 세계 유통업계 최초다.

이마트는 일단 일정 기간 시범 운영을 통해 고객 의견을 듣고 서비스를 보완한 뒤 이르면 연말부터 일반 고객들을 위한 상용 서비스를 시작할 방침이다. 이마트는 이를 위해 전국 137개 점포 매장에 와이파이(Wi-Fi:근거리무선랜)망을 깔고 있다. 우선 각 점포당 200대의 스마트 카트를 배치할 예정이다.

스마트 카트는 그동안 백화점에서 주로 활용돼 온 고객관계관리(CRM) 기법을 대형마트에서도 도입해 고객들에게 일대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이마트의 승부수다. 단순 저가 경쟁만으로는 치열한 대형마트 간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고민의 결과물인 것이다.

최병렬 이마트 대표는 지난해 초 임원회의에서 “이마트의 고객이 누구냐. 고객을 모르면서 어떻게 고객에 대한 서비스 수준을 높일 수 있느냐”며 CRM 방안 도입을 지시했다. 이후 이마트는 1년여 동안 SK텔레콤과 공동 연구를 벌여왔다.

이마트는 이 서비스가 정착돼 고객들의 쇼핑 정보가 쌓이면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다. 예컨대 지금은 무차별적으로 발송하던 할인쿠폰도 앞으로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세분화해 전달할 수 있게 된다. 신생아를 둔 주부에겐 분유와 기저귀 할인쿠폰을, 아이들 간식거리가 필요한 30~40대 주부에겐 과일이나 과자 쿠폰을 주는 식이다. 매장에서도 고객 성향에 따라 제시되는 쇼핑 정보가 달라진다. 같은 주류 코너를 걷더라도 30~40대 남성에겐 맥주 쿠폰이, 60~70대 남성에겐 민속주 쿠폰이 스마트 카트 화면에 등장하게 된다.

이마트의 스마트 카트가 대형마트 업계의 ‘정보 기술(IT) 전쟁’을 본격화할지도 주목된다. IT기술의 발달이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 변화와 맞물리면서 새로운 쇼핑 형태가 속속 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홈플러스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물건을 구입하는 ‘스마트 가상스토어’를 서울 지하철 2호선 선릉역에 선보였다. 기둥과 스크린도어에 붙어 있는 상품 사진의 바코드나 QR코드를 촬영하면 구매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LG전자는 홈플러스와 손잡고 냉장고 전면의 액정표시장치(LCD) 화면에서 바로 원하는 상품을 선택해 주문과 결제를 할 수 있는 스마트 냉장고를 최근 출시했다. 삼성전자도 금명간 이마트와 제휴한 스마트 냉장고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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