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주식 장외시장서 사기주문 성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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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벤처기업의 주식이 장외시장에서 유통물량이 극히 제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팔자주문을 대량 내는 등 사기성 주문이 늘고 있어 피해가 우려된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비상장 주식거래를 주선하는 장외시장 인터넷 사이트에서 통일주권이 발행되지 않거나 대주주 물량이 대부분을 차지해 개인물량이 거의 없는 주식에 대해서 팔자주문이 쏟아지고 있으며 일부 매도자들은 바로 증권계좌에 이체해 줄 수 없음에도 미리 송금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 장외주식 매도자들은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는 이동전화 번호만 남기는 경우가 많아 투자가들이 이들의 신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미리 선불을 송금할 경우 예약금을 찾지 못하는 사태까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벤처기업간의 경쟁이 치열하면서 의도적으로 경쟁사 주가를 떨어트리기 위해 매도주문을 내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생체지문인식 벤처기업인 ㈜패스21의 경우 주권이 발행되지 않았고 주식 대부분이 대주주와 회사 임직원들이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사이트에는 수천주씩 대규모 물량을 처분한다는 허위성 주문이 나오고 있다.

주권이 발행되지 않은 주식의 경우 주식보관증을 갖고 해당 회사에 찾아가 명의를 매수자로 바꿔야 하나 대부분 주식보관증과 매매계약서만을 갖고 있어 자칫하다가 분쟁으로 연결될 소지가 높다는 것.

실제로 회사측 관계자가 해당 매도자에게 직접 연락해 주식을 전량 매수하겠다는 의사를 보이자 매도자가 주식이 없다는 사실을 실토했다는 것.

이 회사측은 현재 장외에 거래되는 주식수가 극히 한정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수천주씩 매도주문이 나오는 것은 주가 하락을 노린 특정세력의 음해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관계당국에 수사를 의뢰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같은 허위매도 사례는 주가가 높은 다른 벤처기업에도 발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패스21 관계자는 "선의의 피해자와 투명한 장외거래자를 보호하기 위해 조만간 일반공모를 하고 내달말까지 정상적인 주식 매수자로 확인되는 거래자에 대해서는 투명하게 명의개서를 신청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형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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