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4대, 피아니스트는 하나 … 알렉상드르 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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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타로의 어머니는 발레리나, 아버지는 바리톤이다. 그는 “오페라 무대의 무용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지금은 피아노 위에서 춤·노래를 다 하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무대 위에 오케스트라와 피아노 넉 대가 놓여있다. 보통 이런 협주곡에서 피아노는 오케스트라 앞에 놓인다. 하지만 이번엔 오케스트라가 앞으로 나왔다.

 프랑스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타로(43)가 바흐의 협주곡을 녹음한 방식이다. 가장 특이한 것은 녹음 순서다. 그는 우선 오케스트라와 함께 피아노 한 대만 연주해 녹음했다. 이때 나머지 석 대의 피아노는 쉬고 있다. 이 음원을 헤드폰으로 들으며 나머지 세 피아노를 각각 연주했다. 이처럼 녹음에 녹음을 덧입혀 이달 새 앨범을 내놨다.

 네 명이 할 연주를 혼자 한 셈이다. 협연자 두 명 몫을 혼자 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네 명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프랑스 파리에 머물고 있는 타로를 전화로 만났다. 튀는 스타일의 녹음방식부터 물었다.

 “우선 비슷한 스타일로 연주할 피아니스트 네 명을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충분히 혼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재미있었다.”

 패기만만한 답변이다. 타로는 소위 ‘마케팅’ 별로 없이 스타가 된 피아니스트다. 대형 음반사·기획사의 힘을 빌리지 않았다. 유명 오케스트라나 지휘자의 후원을 받지도, 대중에게 알려진 콩쿠르에서 우승하지도 않았다. 인기 있는 작품만 연주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한국에도 마니아를 거느린 피아니스트로 성장했다.

 이번 바흐 녹음에서 알 수 있듯, 그의 무기는 독특한 음반이다. 프랑스의 20세기 작곡가 미요, 300여 년 전의 작곡가 라모·쿠프랭을 재치 있는 타건(打鍵)으로 녹음해 새로운 의미를 불어넣었다.

 “많은 사람이 나를 음반으로 기억한다. 특히 10년 전 라모의 작품을 녹음한 음반을 낸 후 하루 아침에 청중이 늘어났다. 사람들이 내 이름을 알게 됐고, 여러 나라와 공연장이 나를 초청하기 시작했다.”

 잘 알려진 랑랑·키신 등이 클래식계의 ‘대중 음악가’라면 타로는 ‘인디 연주자’다. 그의 음악은 과시적이지 않고 따스하다. 정확하지만 인간미를 갖춘 기술로 건반을 다룬다. 이번 음반에서도 딱딱하지 않은, 노래하는 바흐를 그려냈다.

 “나는 기본적으로 바흐·스카를라티 등 바로크 시대 음악과 잘 맞는다. 하지만 내 개인적 삶은 낭만 시대와 비슷하게 흘러가는 듯하다(웃음). 그래서 내 바로크 음악이 남들과 다르게 들리는 것은 아닐까.”

 타로는 새 앨범 발매와 함께 내한 독주회를 연다. 스카를라티와 쇼팽을 1·2부에 나눠 들려준다. 2007년 이후 세 번째 내한이다. 5일 오후 7시 30분 경기도 성남아트홀.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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