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투자 이렇게] 효도하며 재산도 불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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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편지' 의 촬영장소로 유명한 경기도 가평군 상면 아침고요 수목원.

박찬수(50)씨는 이 수목원과 울타리를 함께 쓰면서 4년째 민박집 '두메산골' 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 목동에 사는 박씨가 연고도 없는 이곳에 터전을 마련한 것은 천식.당뇨.축농증 등의 합병증으로 50m를 채 걷지 못하는 아버지(박종식.72)휴양을 위해서였다.

박씨는 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에 근무하던 1991년부터 주말마다 땅을 찾아다녔다.

그러나 마음에 드는 곳은 가격이 비쌌고 값이 적당하면 마음에 들지 않아 2년을 허비했다.

하는 수 없이 93년6월 교통이 편리하고 물 좋은 곳에 우선 셋방을 얻어 부모님을 이사하도록 했다.

'두메산골' 의 바로 아랫 동네였다. 그러던 중 지난 96년 봄 5백13평의 땅이 새 주인을 찾자 박씨는 평당 5만5천원을 주고 기다렸다는 듯이 사들였다.

뒤로 축령산이 병풍처럼 두르고 있고 앞으로 계곡이 흘러 휴양지로는 안성마춤이었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1시간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곳이라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박씨는 그해 11월 5천3백만원을 들여 건평 60평의 2층 양옥을 완공했다.

1층 방 3개 중 할머니(94)와 부모님이 거처하고 남는 방 1개와 2층의 방3개를 하루 2만원씩에 등산객들에게 빌려주기로 했다.

정원에는 물레방아.디딜방아를 구해다 놓고 정자를 지어 시골정취가 물씬 풍기도록 했다. 수목원이 알려지면서 민박을 찾는 손님들의 발걸음도 자연히 늘어났다.

마당 한켠에서 키운 토종닭으로 어머니(최덕순.73)가 요리하는 닭도리탕과 후덕한 인심을 맛본 사람들이 가족단위로 다시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말에 손님이 몰려 한달 수입은 1백여만원, 시골 살림살이에 상당한 보탬이 된다. 거기에다 주변땅값이 평당 40만원 선으로 뛰어 집을 팔 경우 상당한 정도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다행인 것은 아버지의 지병이 씻은 듯이 나아 자전거를 타고 8㎞ 떨어진 양수리까지 낚시를 다닌다는 점이다.

재산증식과 아버지 건강회복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거머쥔 것이다.

박씨는 지난해 5월 명예퇴직한 뒤 가족을 서울에 남겨두고 이곳에 머물면서 본격적으로 집을 가꾸고 있다.

지난 3월부터 2천8백여만원의 건축비를 들여 별채에 3평짜리 방 8개를 짓고 있다. 6월 중순이면 완공 예정인데 토요휴무제가 도입될 경우 늘어나는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포석이다.

박씨는 "현재 고등학교 1학년인 막내 아들이 대학에 입학하면 가족 모두 이곳으로 이사, 4대가 함께 살 계획" 이라며 "자연과 함께 살기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고 말했다.

0356-584-4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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