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근로자 휴일·휴가 보장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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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자총협회는 앞으로 근로자들에게 법으로 보장된 휴일.휴가를 반드시 쓰도록 유도하는 동시에 연장 근로에 대해 50%의 수당을 지급토록 돼 있는 근로기준법의 개정도 추진키로 했다.

경총은 23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현대.삼성.LG.한진그룹 등 30대 주요 기업 인사.노무담당 임원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경총 김영배 상무는 2시간여에 걸친 회의가 끝난 뒤 기자브리핑을 통해 "근로자들이 장시간 근로에서 탈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동계가 주장하는 `법정근로시간 단축(주5일 근무제)'보다 실제 일하는 시간, 즉 실근로시간의 단축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주당 44시간으로 돼 있는 법정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단축하는 것 보다 근로자들이 휴일.휴가를 반납하지 않고 이를 완전 `소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를 통해 근로시간을 주당 40시간 이하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경총은 기업체들이 경쟁력 저하를 초래하지 않는 선에서 휴일.휴가를 보장토록 권장하는 한편 이를 적극 유도하기 위해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해 50%의 수당을 지급토록 하고 있는 현행 근로기준법의 개정을 건의키로 했다.

현재 근로자의 휴일.휴가는 월차휴가(매달 하루씩 1년간 12일), 연차휴가(연간10일), 가산휴가(입사 2-3년후부터 매년 하루씩 가산)로 이뤄져 있어 입사 15년일 경우 휴가는 연간 36일이 된다.

김 상무는 "현행 44시간의 법정근로시간은 세계 평균 수준으로 결코 장시간이 아니고 장시간 근로를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도 없다"며 "따라서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된 논의의 초점은 제조업 50시간.전산 48시간 등인 실제 근로시간을 어떤 방식으로 줄이느냐에 맞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따라 "임금할증률 조정, 휴일.휴가 소진 및 운영제도 개선,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등 유효한 수단이 활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은 노사는 물론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공동선"이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법정근로시간 단축은 실근로시간을 줄이기 위한 여러가지 수단 중 하나로서 검토될 사항이지만 외국처럼 실근로시간이 법정근로시간 이하로 떨어졌을 때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이같은 방안이 종전 `절대불가론'이나 `시기상조론'보다 진전된 것이기는 하지만 실근로시간 단축은 법정근로시간 단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국노총 이정식국장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휴일.휴가 보장과 할증률 폐지를 통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법정근로시간 단축문제를 지연시키려는 맞불작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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