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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 변신 … 드론 띄워 알카에다 핵심 사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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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제 테러집단인 알카에다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인 안와르 알올라키를 사살한 것은 알카에다 조직에 큰 타격이 될 것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마이크 멀린 합참의장 퇴임식 연설에서 알올라키 사살을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이번 작전은 알카에다와 그 연관 조직을 패배시키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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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카에다의 거물급 지도자인 알올라키는 이날 오전 예멘에서 미 중앙정보국(CIA)이 주도한 무인폭격기(드론) 공습작전으로 숨졌다. 이와 관련, 미 민주당 소속의 애덤 스미스 하원 군사위 간사는 “알올라키 제거는 오바마와 미 정보기관 요원들이 거둔 최근의 성공 중 가장 돋보이는 사례”라고 말했다. 피터 킹(공화) 하원 국토안보위원장은 “지난 수년간 알올라키는 오사마 빈 라덴보다 더 위험한 인물이었다”며 “그를 사살한 것은 오바마와 정보기관의 큰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번 CIA 작전으로 알올라키 외에도 알카에다 내 최고 폭탄 전문가인 이브라힘 알아시리와 알카에다 웹진(인터넷 잡지)을 만들고 있는 사미르 칸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외신들은 “단일작전으로는 최대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이번 알올라키 공습작전으로 CIA의 역할이 미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1일 “이번 작전의 성공으로 향후 대테러작전 등에서 CIA가 정보수집뿐 아니라 군사적으로 적극 개입할 수 있는 입지가 더욱 넓어졌다”며 “향후 대테러작전에서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이번 작전을 상세히 소개했다. 정보수집기관이던 CIA가 역할을 확대해 비밀 군사작전까지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 정부는 지난 5월 오사마 빈 라덴 사망 이후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예멘과 소말리아의 알카에다 조직들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알카에다가 활동 중인 예멘·소말리아 주변의 아라비아반도의 모처와 아프리카의 지부티·에티오피아·세이셸에 독자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드론 기지를 건설했다. 이에 따라 이번 알올라키 공습작전에선 최소 네 군데의 기지에서 이륙한 드론들이 동시에 무차별 폭격을 가했다.

 결국 알올라키는 30일 오전 9시55분쯤(현지시간) 예멘 수도 사나에서 동쪽으로 140㎞ 떨어진 알자우프주의 카셰프 마을 인근에서 차량을 타고 이동하다 드론의 공격을 받고 사망했다. 미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CIA가 드론 공격 명령을 내리고 작전을 통제했다”며 “실제 어느 폭격기가 결정적인 타격을 가했는지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대적이고도 전면적인 공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이번 작전을 위한 CIA의 준비는 철저했다. 지난 2년간 알올라키의 행적을 파악하기 위해 CIA는 요원들을 대거 투입했으며 3주 전 그의 위치를 알아냈다. 하지만 CIA는 작전을 서두르지 않았다. 확실하게 그를 사살할 수 있는 상황을 포착하기 위해서였다. 결국 3주간의 집중적인 감시 끝에 그가 차량을 타는 것을 확인하고 즉시 작전을 펼쳐 성공을 거뒀다.

 ◆미, 보복 테러 경계=미국은 알올라키 사망 뒤 국무부 차원에서 여행주의보를 내리는 등 보복 테러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1일 언론 인터뷰에서 알올라키에 대한 사살 명령을 직접 내렸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 은 “알올라키가 죽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면서도 “그의 죽음과 관련한 더 이상의 내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알올라키 지지자들에 의한 공격 가능성을 경고하며 국내외 경계 태세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서울=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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