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병 현빈, 툭하면 홍보병 차출 … 해병대의 고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현빈

지난달 30일 오후 7시30분 서울 여의도 KBS홀. 해병대 6여단(백령도) 소속 소총병 현빈(29·본명 김태평) 일병이 무대에 등장했다. 해병대의 서울 수복 61주년 및 군악대 창설 60주년 기념 연주회의 사회를 맡았다. 공연장은 환호성과 박수로 터져나갈 듯했다. 망원경을 든 여성도 여럿 있었고,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6·25전쟁과 베트남전쟁에서 해병대가 보여준 활약상 상영으로 시작된 행사는 해병대 현역과 예비역 군악대의 합주로 이어졌다. 40~50대 예비역 39명은 해병대의 상징인 빨간 명찰 대신 빨간 넥타이를 매고 후배 연주자들과 ‘영원한 해병!’(작곡 이문석) 등을 연주했다. 사회자 현빈이 등장할 때마다 공연 분위기는 뜨거워졌다. 해병대 관계자는 “해병 군악대 연주 사상 처음 보는 분위기”라면서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일반인 500명에게 공연 티켓을 나눠 주기로 했는데 공모 시작 1분 만에 1800명의 신청자가 몰려들었다”고 말했다.

 현빈은 지난 3월 해병대 수색대에 자원 입대했다. 이후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화제가 됐고, 또 논란이 됐다. 해병대는 현빈을 홍보병으로 배치하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백령도의 전투병과로 배속했다. 백령도엔 젊은 여성 관광객이 늘었다. 이른바 ‘현빈 효과’다.

 그러나 해병대는 지난달 25일 열린 서울 수복 기념 마라톤 대회에 현빈을 참가시켰다. 4일엔 인도네시아로 출장도 보낸다. 국방부의 국방홍보 특사 자격이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자국 국군의 날(10월 5일) 기념 행사에 현빈을 보내 달라고 우리 측에 요청한 데 따른 조치다. 국방부 관계자는 “드라마 ‘시크릿 가든’으로 현빈은 인도네시아 고위층 부인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며 “ 상대국의 요청을 감안해 특별 임무 부여를 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인도네시아에 잠수함 수출을 추진 중이다. T-50 고등훈련기 수출에 이은 대규모 프로젝트다. 해병대 관계자는 “현빈이 홍보병과 같은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을 두고 해병대도 고민이 많다”며 “ 분명한 것은 그가 백령도의 전투부대 소속 소총병 김태평이며, 7일 인도네시아 출장 후 자대로 복귀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