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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과학상은 ‘사회적 유전’ … 사제간 5대 걸쳐 수상한 경우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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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호 28면

노벨상의 달이다. 10월 3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10월 4일 물리학상, 6일 화학상, 7일 평화상, 10일 경제학상 수상자가 발표되면서 시즌이 시작된다. 문학상은 발표 날짜를 미리 공개하지 않는다. 다른 노벨상들은 모두 스웨덴서 발표하지만 평화상은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서 발표한다.

권기균의 과학과 문화 돌아온 노벨상의 계절

노벨상 프로세스는 4년 주기다. 1년차 8월에 예산을 협의하고, 2년차 9월에 분야별 1000명씩 총 6000여 명에게 후보 추천 의뢰서를 보낸다. 3년차가 핵심이다. 부문별로 100~250명 추천을 받아 1월 31일 마감한다. 2월에 후보 목록 책자 발간(50년간 비공개). 5월 31일까지 평가보고서 작성 취합, 6월에 후보자 1~3명 압축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9월에 왕립과학아카데미 분과에서 검토 후 10월 초 최종 투표로 결정한다.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사망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한다. 식은 노벨위원회 위원장의 연설, 교향악단의 연주와 축가, 부문별 선정위원 대표가 수상자 발표, 선정 이유와 그 업적의 과학적 의미를 밝히는 시상 연설, 스웨덴 국왕의 메달과 상장 수여로 진행된다. 식후에는 스톡홀름 시청 블루 홀에서 1300명이 참석하는 성대한 만찬이 있다. 국왕의 건배 제의 후 식사 전 짧은 공연이 계단 무대에서 분위기를 돋우는데, 코믹한 안무가 경쾌하고 재미있다. 노벨 축제 기간 중 노벨상 수상자들은 날을 정해 기념 강연을 한다. 노벨 평화상 시상식은 노르웨이에서 노르웨이 국왕이 한다. 수상자 강연도 당일 시상식장에서 한다.

상금은 노벨재단이 1년 동안 운영한 기금 이자 수입의 67.5%를 물리학, 화학, 생리학 및 의학, 문학, 평화로 5등분한다. 그래서 매년 액수가 다르다. 경제학상은 금액은 같은데 스웨덴중앙은행 창립 300주년 기금에서 지급되기 때문이다. 2인 공동 수상 시에는 2등분, 3인 공동 수상은 3등분한다. 4인 이상 공동 수상은 없다. 박병소 교수의 ‘노벨상 이야기’에 따르면 노벨상 초기에는 상금 규모가 스웨덴 대학교수 연봉의 25배, 당시 미국 교수의 15배나 됐다. 그러나 인플레와 기금관리의 어려움 때문에 1940년엔 상금 가치가 1901년의 30% 정도로 추락했다가 1987년 다시 1901년의 구매가치를 회복했다. 91년과 92년에는 상금이 50%씩 대폭 인상됐다. 2010년 상금은 1인당 150만 달러였다.

지금까지 노벨상 수상자는 개인 817명과 23개 단체다. 상은 개인에게만 주지만 평화상은 단체도 가능하다. 과학 분야는 물리학상 189명(단독 47, 2인 공동 29, 3인 공동 28), 화학상 160명(단독 62, 2인 공동 22, 3인 공동 18), 생리의학상 196명(단독 38, 2인 공동 31, 3인 공동 32)이다. 경제학상 수상자는 67명이다. 여성은 41명인데 과학 분야는 16명이다. 국가별로 미국이 323명으로 1위다. 일본은 18명으로 14명이 과학자인데, 최근 10년 사이 물리학상 2명, 화학상 5명을 배출했다.

미국 사회학자 해리엇 주커먼은 1976년까지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들을 분석했다. 수상자들은 30살 이전 12편 이상의 논문을 썼고, 보통 과학자들은 1년에 논문 1.48편을 쓰는데 그들은 3.24편을 발표했다. 과학상은 ‘사회적 유전’이라 할 만큼 사제간 수상자들이 많다. 1904년 물리학 수상자 레일리의 제자 조셉 톰슨는 1906년 물리학상을 받았고 그의 제자 8명도 받았다. 그 가운데엔 러더퍼드(1908, 화학)가 있는데 그의 제자 중 닐스 보어(1922, 물리학)를 포함한 11명이 노벨상을 받았다. 닐스 보어의 제자도 여러 명 받았다. 그중 한 명이 불확정성원리로 유명한 하이젠베르크(1931, 물리학)다.

사제간에 5대를 수상한 경우도 있다. 빌헬름 오스트발트(1909, 화학, 독일)-발터 네른스트(1920, 화학, 독일)-로버트 밀리컨(1923, 물리, 미국)-칼 앤더슨(1936, 물리, 미국)-도널드 글레이저(1960, 물리, 미국)다. 아돌프 폰 베이어(1905, 70세)-에밀 피셔(50세, 1902)-오토 왈브르그(1931)-한스 크렙스(1953)는 4대 수상이다. 그들 앞에는 이미 라부아지에-C.L. 베르톨레-게이 뤼삭-유스터스 폰 리비히-케쿨레(벤젠구조식의 착상)로 내려온 대과학자의 전통이 있었다.

노벨상의 최고 명문가는 퀴리 집안이다. 마리 퀴리와 피에르 퀴리 부부가 공동 수상(1903, 물리), 1911년 마리 퀴리가 두 번째 수상(화학), 그리고 딸 이렌 졸리오 퀴리와 사위 프레드릭 졸리오가 공동 수상(1935, 화학)으로 노벨상 금메달이 5개나 된다. 조셉 톰슨과 닐스 보어 등 아버지와 아들이 노벨상을 수상한 집안은 6가족이다. 부부가 노벨상을 받은 경우는 퀴리가를 포함해 4가족이다. 한국은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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