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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살인자(Mon voisin le tueur)〉1위로 개봉

중앙일보

입력

브루스 윌리스의 코미디 〈나인 야드(The Whole Nine Yards)〉가 〈이웃집 살인자(Mon voisin le tueur)〉라는 제목으로 1위로 개봉한 이번주는 칸 영화제에서 선보였던 롤랑 조페의 〈바텔(Vatel)〉이나 브라이언 드 팔머의 〈미션 투 마스(Mission to Mars)〉도 박스오피스의 수위를 차지해 별다른 화제 개봉작이 없던 지난주와 대조를 이루었다. 이번 칸 영화제 공식경쟁작인 오시마 나기사의 〈타부(고하토)〉도 개봉했지만 언론의 극찬으로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듯이 4위로 개봉한 〈바텔〉은 외적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평론가들에게 비난을 면치 못했는데, 특히 르 누벨 옵세르바테르의 빠스칼 메리게아는 "이야기의 극적 묘미를 찾아 볼 수 없는 이 영화는 물량 공세의 과시 밖에 되지 않는다"라고 최악의 혹평을 했고, 뗄레라마의 장-끌로드 루아조도 "영화의 화려함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주인공들을 대신할 수 없다"라고 했다.

금요일에 개봉해 수요일에 개봉하여 다른 영화들에 비해 수적 열세를 가졌으나 3위로 새로이 오른 〈미션 투 마스〉도 〈바텔〉과 비슷한 상황이다. 르 뿌엥의 올리비에 드 브륀은 "팔머의 스타일리스트적 감각은 〈미션 임파서블〉이나 〈스네이크 아이즈〉에서 충분했다"라며 이 영화에 대해 의심쩍은 논평을 냈으며, 칭찬 잘하기로 소문난 르 피가로의 끌로드 배네르도 "난해한 태도로 일관하여 관객의 호응을 얻기가 힘들다"라고 했다.

이미 우리나라에도 개봉되어 화제를 낳은 〈감각의 제국〉의 감독 오시마가 10년만에 내놓은 신작 〈타부〉로 네번째 칸에 진출했다. 〈감각의 제국〉의 속편격인 〈열정의 제국〉으로 78년 처음 칸 진출에 최우수 감독상을 받은 그로서는 86년 〈막스, 내사랑〉 이후 15년만에 다시 진출한 칸은 감회가 남다를 것이다. 18세기말 사무라이 세계의 우정과 의리를 그렸는데 이번에는 미소년을 내세워 호모 섹슈얼까지 덧붙였다. 미소년 카노역은 마츄다 뤼에이로 〈흑우〉에서 마이클 더글라스 상대역으로 나온 일본인 형사 마츄다 유사쿠의 아들이다.

프랑스에서 개봉되는 대부분의 일본 영화들이 밟는 과정(언론의 극찬, 10개 이하의 개봉관, 흥행실패)을 그대로 밟고 있는 〈타부〉는 이번 칸 영화제에서 무슨 상이던지 받는 극약처방 없이는 대중들의 기억 속에 금방 사라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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