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더 클래식'의 김광진

중앙일보

입력

'마법의 성' (1994년) '여우야' 을 불러 많은 인기를 불러모았던 '더 클래식' 의 리더 김광진이 솔로 앨범 〈이츠 미〉 (It' s me)를 들고 돌아왔다.

98년 발표한 '마이 러브 마이 라이프' 를 발표한 지 2년 만이다.

'마법의 성' 에서 보여줬던 '더 클래식' 특유의 깔금하고 고급스런 개성이 이번 음반에서는 한층 성숙해 졌다.

"직장을 그만두고 음악에만 전념했던 지난 2년간 방황과 갈등을 겪었다" 고 털어놓은 그는 "하지만 결국엔 그런 고민을 통해 에너지를 다시 얻었다" 고 말한다.

그의 방황은 그리 헛되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음반엔 발라드 뿐만 아니라 록과 힙합, 리듬 앤드 블루스 등 다양한 장르에 걸친 그의 음악적 역량이 배어있다.

곡은 그가 만들고 '더 클래식' 의 멤버였던 박용준이 편곡해 사실상 '더 클래식' 의 숨결이 그대로 살아있다.

"비슷한 곡을 반복하고 싶지 않아 색다른 변화로 고정관념을 깨는데 주력했다" 는 그의 음악적 욕심도 엿보인다.

첫째 곡인 '수호천사' 는 함춘호의 노련한 기타 연주 솜씨가 돋보이는 록 스타일의 곡.

죽어서도 사랑하는 여인의 수호천사가 되겠다는 내용의 가사는 '마법의 성' 이 펼쳐보인 동화적 상상력을 연상케 한다.

테크노곡인 '헬로 아임 미스터 스마일' 과 힙합인 '정글속세상' 도 주목을 끈다.

그러나 '헬로…' 는 '왕따' 라는 단어 때문에, '정글 속 세상' 은 "TV에 나오고 싶으면 얼굴을 고쳐…" 등 바람직하지 않은 가사를 담고 있다는 이유로 KBS에서 방송불가 판정을 받았다.

'헬로…' 는 "혹시 그대 왕따인가요, 내가 그대 친구될께요" 라는 가사를 제외하면 외로운 이들의 친구가 되고 싶다는 내용의 흥겨운 곡이지만 '왕따' 라는 단어가 문제가 된 것. 그는 "심의위원들이 노래를 다 들어보고 결정을 내렸는지 궁금하다" 며 아쉬워한다.

인디 랩그룹 '갱톨릭' 이 래퍼로 참여한 '정글 속 세상' 은 가사가 냉소적이고 우울하지만 테크노와 힙합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어 귀를 사로잡는다.

이밖에 보사노바 리듬의 '눈이 와요' 와 리듬 앤 블루스의 '레테의 연가' 등에서 그는 특유의 부드럽고 절제된 보컬로 세련되고 아름다운 멜로디를 들려준다.

타이틀곡으로 선보인 '편지' 는 이별의 편지를 내용으로 한 곡. 바이올린과 피아노 연주가 잔잔한 울림을 자아내는 이 곡은 듣는 이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힘이 있다.

그러나 '더 클래식' 은 이제 팬들의 곁을 완전히 떠난 것일까. 이 질문에 그는 " '더 클래식' 은 나도 늘 그리워하는 이름" 이라며 "언젠가는 박용준과 함께 팬들을 다시 찾고 싶다" 고 말했다.

한편 "음악과 상관없는 것들로 가수를 평가할 때 서글픔을 느낀다" 는 그는 "그래도 끊임없이 메일을 보내주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팬들로부터 힘을 얻는다" 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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