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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의 재미있는 자연이야기 ⑩ 사막 생물들의 생존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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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인의 전설에 따르면 태초에 지상에는 사막은커녕 모래 알갱이 하나 없었다. 모래가 없는 세계는 미완성의 세계라고 생각한 하느님(알라신)은 가브리엘 천사에게 모래부대 하나를 내주고 바다 밑이나 해변 등 모래가 필요한 곳에 뿌리게 했다. 그런데 악마가 뒤쫓아 와 모래부대에 구멍을 뚫었다. 그 바람에 아랍인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한꺼번에 모래가 쏟아져 사막이 됐다. 아랍인을 불쌍히 여긴 하느님은 아랍인을 불러 머리에 쓰는 터번과 함께 천막·칼·낙타·말을 선물로 줬다.

사막은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가 탄생한 곳인 동시에 천문학이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춥고 메마른 사막의 밤하늘에는 별이 유난히 가깝게 보인다. 유목민들은 별의 움직임을 관측하고, 별에 이름을 붙였다.

전세계 육지 면적의 약 20%를 차지하는 사막은 지리학적으로 연간 강수량이 400㎜ 이하인 지역을 말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뜨거운 사막뿐만 아니라 극지방의 차가운 사막(cold desert)도 존재한다. 실제로 남극대륙사막은 세계에서 가장 넓은 사막으로 남한 면적의 130배에 이른다. 아프리카 사하라사막의 1.5배다.

모래로 덮힌 뜨거운 사막에도 캥거루쥐·잭래빗(들토끼·사진1)·코요테·도마뱀·선인장 등 다양한 생물이 적응하며 살아간다. 혹독한 아라비아 반도의 사막에 사는 가는 뿔 가젤영양(羚羊)은 기온이 오르는 여름철이면 아예 자기의 간과 심장 크기를 줄인다. 호흡을 줄여 숨을 쉴 때 빠져나가는 수분의 양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나비브사막에 사는 모래 도마뱀붙이(사진2)는 안개가 낀 날 온몸에 적셔진 수분을 섭취해 갈증을 해소한다.

노르웨이 출신 동물학자인 크누트 슈미트-닐센의 『낙타의 코』라는 책에는 낙타를 비롯한 사막 동물들의 특이한 점을 소개했다. 낙타(사진3)의 털은 열기가 몸 속으로 뚫고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단열재다. 낙타는 체온이 41도까지 올라가도, 체내 수분이 20~25% 줄어도 견딜 수 있다. 며칠 동안 물을 못 마신 낙타가 내뿜는 숨 속의 수분은 아주 낮다. 콧속 피부에 말라붙은 분비물과 점막이 몸 밖으로 배출하는 공기 속의 수분을 흡수했다가 숨을 들이킬 때 몸 안으로 돌려 보낸다.

지금은 황량한 사하라사막도 12만5000년 전에는 물이 많았고, 1만년 전까지도 드넓은 초원이었던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기후변화로 사막이 늘어났음을 말해준다. 인류가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내뿜고, 무분별한 개발과 방목을 일삼는다면 가브리엘 천사에게 구멍 뚫린 모래부대를 또 하나 안기는 셈이 될 것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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