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복 입은 장애아동 자신감 쑥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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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너무 감격스럽습니다.”

 한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의 어머니는 27일 대구시 달서구 송현동 대덕승마장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말을 타고 앞으로 나아가는 아들이 믿기지 않아서였다. 어린이는 지적장애인이다. 겁은 많지만 그렇게 타고 싶어한 말이다. 개강식이 열린 26일 다른 친구 두 명만 시범적으로 말을 타고 자신에게 기회가 돌아가지 않자 집에 돌아가 온통 심통을 부린 어린이다.

 대덕승마장에서는 요즘 일주일에 4차례(월·화·목·토요일) 이런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된다.

 승마장 개장 이래 처음으로 운영되는 ‘재활승마 프로그램’이다.

 경북대 말(馬)산업연구원(원장 권태동 교수)은 지방에서 최초로 한국마사회의 기금을 지원받아 지적장애아 재활승마를 가르치고 있다.

 첫 강습생으로 대구지역 지적장애아 20명이 들어왔다. 남양학교 등 특수학교와 일반 초등학교의 특수반에 재학 중인 어린이다. 희망자가 많아 선발 과정부터 만만찮았다. 신청 학생 32명을 면접하고 운동능력과 신체능력, 의사소통 등을 평가했다.

 승마 방식은 특별하다. 축구장 크기 만한 실내마장 한쪽에서 재활승마가 시작되면 평소와 달리 남은 마장 공간을 모두 비운다. 어린이가 말에 오르면 고삐 대신 안전한 특수 손잡이를 잡는다. 말을 타고 갈 때는 보조인력 셋이 달라붙는다. 한 명은 고삐를 잡고 두 사람은 말 양쪽에서 어린이의 발을 부축한다(사진). 만의 하나 생길지 모를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승마하는 동안 어린이의 표정 등은 빠짐없이 기록된다.

 권태동(52·레저스포츠학) 교수는 “재활승마는 지적장애아의 지각능력과 감정 표현, 사회성, 운동능력 등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어린이도 학부모도 너무 좋아해 가슴 뭉클하다”고 말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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