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펀드 47시간 만에 39억 채워 … 다음 창업자 이재웅씨도 참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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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오른쪽)와 박원순 무소 속 후보가 2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뉴시스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5일 대첩’이 펼쳐진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과 무소속 박원순 변호사 간 서울시장 범야권 후보 경선룰이 28일 확정됐기 때문이다. 10월 3일 단일화 승부까지 남은 시간은 꼭 5일. 두 후보는 여론조사(30%), TV토론 후 배심원 평가(30%), 시민참여경선(40%) 등 ‘세 종목’에서의 득표율을 합산해 우열을 가린다. 세 종목 중 여론조사는 현재 박 변호사가 우세하다. ‘야권 단일후보 선호도’를 물은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박 변호사는 55% 안팎을, 박 의원은 30% 안팎의 지지율을 보였다. 그러나 두 사람의 격차가 10%포인트 이내로 좁혀진 일부 여론조사도 발표되는 등 박 의원이 상승기류를 타고 있어 민주당은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민 중 무작위로 추출된 배심원 2000명에게 TV토론 후 전화로 승자를 묻는 배심원 평가는 여론조사와 성격이 비슷해 박 변호사의 우세종목으로 꼽힌다. 하지만 앵커 출신의 박 의원이 TV토론에서 의외로 선전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가장 반영비율이 높은 시민참여경선은 제1야당인 민주당이 우세하다는 예상이 일반적이다. 시민참여경선은 전화 및 인터넷으로 선거인단 신청을 받아 추첨을 통해 선발한 3만 명의 선거인단이 장충체육관에 모여 직접 투표하는 방식이다. 선거인단 명부를 미리 공개하기로 양측이 합의해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선거 운동도 가능하다. 박 의원에게 유리한 대목이다. 민주당은 이날 서울의 48개 지역 위원장에게 2000명씩 국민참여경선 선거인단에 신청하도록 ‘동원령’까지 내린 상태다.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왼쪽)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손학규 대표와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그러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일고 있는 ‘바람의 힘’을 경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원순 변호사가 일방적으로 불리하지만은 않을 것이란 얘기다.

 SNS라는 ‘무형의 조직’에서 박 변호사가 강자임은 ‘박원순 펀드’에서도 확인됐다. SNS를 통해 확산된 박원순 펀드의 약정금액은 이날 오전 11시 목표 금액인 39억원을 넘어서 마감됐다. 모금 시작 47시간 만이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 개설 사흘 만에 목표 금액인 41억원을 채운 ‘유시민 펀드’와 맞먹는 속도다. 박원순 펀드엔 다음(Daum) 창업자인 벤처사업가 이재웅씨와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가입해 힘을 실었다. 박 변호사를 지지하기 위해 경선에 참여하자는 여론이 SNS를 통해 번질 경우 시민참여경선도 혼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박 의원 측은 “우리는 여론조사 격차를 최대한 줄여 이를 현장투표(참여경선)에서 만회해야 하지만, 박 변호사 측은 여론조사 격차를 최대한 벌여 놓고 현장에서 SNS 등을 활용해 격차를 줄이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선룰에 합의한 뒤 첫 선거운동 과정에서 박 의원과 박 변호사는 하루 동안 세 번 마주쳤다. 오후 1시20분 ‘야권 단일 후보 선출을 위한 합의문 협약식’에서 만난 뒤 2시30분엔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서울시 대학생 학자금 이자 지원 조례 재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3시엔 친환경 무상급식 주민투표 평가 토론회에서 마주쳤다. 지지층과 주 공략층이 겹치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보고 또 보니 정이 많이 들 것 같다”고 했고, 박 변호사는 “계속 같이 다녀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둘 사이 신경전도 오갔다. 박 의원은 “이번 시장 선거는 한나라당의 가짜 복지와의 전쟁을 치러내야 하는 막중한 선거”라며 민주당의 역할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시 의회와 협력하고 단체들이 함께 한다면 (무소속 시장도) 어려움 없이 (시정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글=김경진·강기헌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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