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5 내달 4일 공개 … 삼성 ‘판금’ 별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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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左), 팀 쿡 애플 CEO(右)

‘스티브 잡스 후계자의 화려한 데뷔 무대가 될까, 아니면 라이벌 회사들에 가시 돋친 말을 쏟아내는 선전포고의 장(場)이 될까.’

 지구촌 애플 매니어들이 손꼽아 기다려온 아이폰5의 출시 일정이 10월 4일(현지시간)로 확정됐다. 애플은 이번 역시 최고경영자가 직접 신제품을 설명하는 프레젠테이션 이벤트로 전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을 계획이다. 하지만 여느 때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잡스의 바통을 이은 팀 쿡(Tim Cook·51)이 처음 무대에 오르는 데다 애플의 경쟁사들은 어느 때보다 큰 목소리로 ‘타도 애플’을 외치는 등 단단히 벼르고 있어서다.

 실제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28일(현지시간) 아이패드에 맞설 태블릿 PC(킨들)를 공개해 맞불을 놨다. 삼성전자 역시 특허 침해 이유를 들어 이날 주요 국가에 아이폰5의 판매금지 소송을 낼 것임을 시사했다. 외신들도 애플의 신임 최고경영자(CEO)인 쿡의 프레젠테이션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 IT 전문매체인 테크크런치는 최근 “애플의 미래는 단순히 단말기가 아니라 팀 쿡의 프레젠테이션에 의해 더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보도할 정도다.

 팀 쿡은 잡스보다 상대적으로 조용한 타입이다. 그래서 프레젠테이션 부담감이 클 것이라는 게 중평이다. 하지만 성격이 전혀 다른 그가 무작정 잡스를 따라하기보다는 자신의 스타일대로 제품을 소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화려하진 않아도 논리를 앞세워 관객을 설득시키는 무대가 될 것이란 예측이다. 쿡의 프레젠테이션 색깔을 짐작해 볼 수 있는 사례도 미국 언론에 소개됐다.

 그가 가장 최근에 한 대중연설은 지난해 5월 자신의 모교인 미국 앨라배마주 오번(Auburn)대학교에서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이다. 정장 위에 졸업가운을 걸친 그는 조용하고 차분하게 학생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다. 그의 별명인 ‘남부 신사’에 걸맞은 스타일이었다. 잡스와 달리 감정은 최대한 배제했다.

 1990년대 초중반 극심한 부진을 겪던 애플에 대해 경쟁사인 델 컴퓨터의 최고경영진이 “(애플을) 정리한 다음, 정리해 남은 돈을 주주에게 주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는 일화를 담담한 말투로 남의 일처럼 소개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업무 스타일은 잡스와 엇비슷한 DNA를 갖고 있다. 쿡 역시 잡스 못지않은 일벌레이자 강력한 카리스마의 소유자다.

 대학 졸업 뒤 IBM에서 바닥부터 일을 배워 제품 기획부터 생산, 유통까지 전 분야에 익숙한 ‘완벽주의자’이기도 하다.

 한편 삼성전자는 해외에서 애플의 ‘아이폰5’ 판매금지 요청 방침을 시사했다. 삼성의 핵심 관계자는 28일 해외에서 아이폰5의 판매금지 소송을 할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게 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국내 소송에 대해선 “한국 소비자의 선택이란 문제가 있고, 애플과의 소송에 대한 글로벌 전략을 고려해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볼 때는 자존심의 문제다. 그쪽(애플)에서는 우리가 모방했다는 이미지를 주고 싶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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