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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출근할 땐 〈뽀뽀뽀〉가 없다

중앙일보

입력

"아빠가 출근할 땐 뽀뽀뽀~"란 가사는 이제 바뀌어야 할 것 같다.

10년 넘게 지켜오던 오전 방송시간을 오후 4시10분으로 옮기면서 출근시간의 〈뽀뽀뽀〉는 더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된 것.

〈뽀뽀뽀〉가 빠져나간 자리에는 2시간30분짜리 초대형 종합 정보 프로그램인 〈피자의 아침〉(월-토 오전 6시30분부터)이 들어왔다.

〈뽀뽀뽀〉만의 얘기가 아니다. KBS2TV의 인기 어린이 프로 〈꼬꼬마 텔레토비〉는 110분~140분간 방송되는 〈생방송 오늘〉에 밀려 폐지돼 버렸다. KBS와 MBC의 아침 프로그램 경쟁에 힘없는 어린이 시청자들만 찬밥 신세가 된 것이다.

각각 170분과 130분동안 방송되는 양 방송사의 종합정보프로가 20분짜리 어린이 프로의 자리를 밀어냈다. 덕분에 어린이들이 볼만한 아침프로는 KBS1TV의 〈TV유치원 하나 둘 셋〉과 EBS의 〈딩동댕 유치원〉 정도만 남게 됐다.

봄개편에서 새롭게 생겨난 어린이 프로는 오후 5~6시대의 〈드래곤볼〉(SBS), 〈닥터슬럼프〉 〈꼬마 마법사 레미〉(MBC) 정도. 흥미를 끄는 프로인 것은 맞지만 모두 일본의 인기 만화영화를 수입한 것이어서 방송사의 무성의한 편성이 엿보인다.

이런 KBS와 MBC의 봄개편에 대해 인포테인먼트(information + entertainment) 프로그램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라는 긍정적인 의견이 있는 반면, 지나치게 시청률을 의식하다가 어린이들에 대한 배려를 등한시했다는 비판적 목소리도 많다.

아홉살과 일곱살짜리 두 아이를 둔 주부 권은희(35·서울 구기동)씨는 "소위 공영방송이라는 MBC와 KBS에서 이런 식의 편성을 한 것은 실망스럽다. 방송시청이 교육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왜 못 하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MBC홈페이지의 〈뽀뽀뽀〉게시판에도 "맞벌이 부부인 우리는 아침에 출근준비를 하면서 아이에게 뽀뽀뽀를 보게 했다. 다시 제자리로 돌려줄 수 없느냐"고 서운함을 나타낸 의견이 올라왔다.

시청자들의 비판에 대해 김영신 KBS 편성기획부장은 "〈꼬꼬마 텔레토비〉는 영국 BBC의 시리즈 제작분을 모두 방영해서 어쩔 수 없이 종영한 것"이라며 "6~7월경에 새 어린이 프로그램 〈블루스클루스〉신설을 계획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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