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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풍요의 꽃' 문화축제

중앙일보

입력

올해 5월의 베이징(北京)엔 유난히 문화예술 행사가 많은 것 같다.

1일 중국 국립발레단의 '카르멘' 공연을 시작으로 연일 각종 문화행사가 그치질 않는다.

처연한 음색의 스코틀랜드 고적대에서 전통을 자랑하는 덴마크 로열 발레단, 아프리카의 보석이라 일컫는 시에라리온 가무단 등. 5월 한달동안 세계 20여개국 30여개 예술단이 화려한 춤과 연주.노래를 선보인다.

중국 국내 예술단을 포함하면 5월 한달동안 베이징에서만 80여개의 각종 대형 공연이 펼쳐진다.

극장에서만 공연이 이뤄지는 게 아니다. 시단(西單)문화광장과 베이징 역전광장 등에서 노천공연도 벌어진다.

'2000년 베이징에서 만납시다' 를 구호로 내건 베이징의 새 천년 맞이 경축행사가 곳곳에서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에서 5월 한달동안 하루 두편 이상 대형 공연이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4, 5월의 파룬궁(法輪功)시위와 6.4 천안문(天安門)사태로 이어지는 긴장의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문화적 당근정책일까. 물론 그런 측면이 전연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보다 먹고 살만해진 베이징이 문화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게 더 큰 이유로 보여진다.

지난 4월 TV 역사극 '대명궁사(大明宮詞)' 가 베이징을 사로잡았다.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극의 줄거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남녀 주인공들이 토해내는 감미로운 사랑의 언어들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중국은 사회주의 시장경제 건설에 여념이 없었다. 과정보다 목표가 더 중시되기도 했다. 그러던 중국이 이제는 '빵' 만으로는 살 수 없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일까. 예전엔 볼 수 없었던 현상이었다.

최근 한국의 문화상품도 중국에 속속 상륙하고 있다. 8일 한국 국립관현악단의 공연에 이어 10일엔 한국이 낳은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鄭京和)의 첫 중국공연이 중국을 매료시켰다.

15일부터 1주일간 베이징 영화대학교에서 한국의 우수 영화 10여편이 상영되고 있다. 이 학교에 유학 중인 한국 유학생들이 주(駐)중국 한국대사관과 삼성전자 등의 도움을 받아 마련한 한국영화 주간은 학생들 스스로 기획하고 준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 , 김시언 감독의 '하우등' , 김성수 감독의 '태양은 없다' 등 한국 영화들을 소개했다. 세계무역기구(WTO)가입 이후 활짝 열리게 될 중국 영화시장을 선점하자는 당찬 야심이 엿보인다.

22, 23일엔 베이징의 스지(世紀)극장에서 한국 국립발레단의 공연이 벌어진다.

대중가수 그룹인 클론과 H.O.T 등이 몰고 왔던 한국바람인 '한류(韓流)' 가 또 한차례 베이징의 5월을 강타해 한국 문화상품들의 대륙 진출이 앞으로 더욱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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