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이 2011년 정규시즌 우승 매직넘버를 1로 줄였다. 남은 9경기에서 1승만 보태면 자력으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다. 삼성의 한국시리즈 상대는 누가 될까. 포스트시즌에 나설 네 개 팀은 확정됐지만 2위 싸움은 여전히 뜨겁다. 2~4위 롯데·SK·KIA가 2.5경기 차로 경합 중이다. 어느 팀이 삼성과 챔피언을 다투느냐에 따라 시리즈의 색깔도 달라진다. 이들 세 팀은 과거 삼성이 한국시리즈에서 한 번도 못 이겨본 상대이기도 하다.
레전드 시리즈, 삼성 vs 롯데
84년 최동원-장효조 대결 이후 한국시리즈의 저주 본격화
류중일 삼성 감독(左), 양승호 롯데 감독(右)
올해 한국 야구는 장효조와 최동원이라는 큰 별을 잃었다. 두 고인(故人)은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각각 삼성 우익수와 롯데 투수로 뛰었다. 장효조는 이 시리즈에서 24타수 11안타(타율 0.458)로 맹활약했다. 그러나 승자는 혼자 다섯 경기에 등판해 4승을 따낸 최동원이었다. 삼성과 롯데는 이후 한국시리즈에서 다시 만나지 못했다.
삼성은 원년인 82년 한국시리즈에서 OB(현 두산) 김유동의 만루홈런 한 방에 무너졌다. 84년은 삼성의 오랜 ‘가을 저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해이기도 하다. 당시 삼성은 껄끄러운 상대 OB의 후기리그 우승을 저지하기 위해 롯데에 ‘져주기 경기’까지 했다. 그때만 해도 삼성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이 창단 21년째 해인 2002년에야 이뤄지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올해 삼성이 27년 전 고(故) 장효조에게 분루를 삼키게 한 롯데를 누르면 우승의 의미는 어느 해보다도 클 것이다.
라이온즈와 타이거즈, 삼성 vs KIA
80·90년대 만났다 하면 우승 내줘 라이벌 팀 감독 김응용 영입까지
류중일 삼성 감독(左), 조범현 KIA 감독(右)
KIA의 전신인 해태는 삼성에 가장 많은 시련을 안겨준 팀이다. 삼성은 86~87년 2년 내리 한국시리즈에서 해태에 졌고, 93년엔 박충식의 15회 완투 투혼에도 다시 무릎을 꿇었다.
2000년 시즌이 끝난 뒤 삼성은 해태의 김응용 감독을 전격 영입했다. 그 뒤는 타이거즈가 낳은 최고 투수 선동열 감독이 이었다. 김응용·선동열 체제에서 삼성은 세 차례 우승(2002, 2005, 2006년)을 했다.
삼성의 연고지 대구는 프로 출범 이전 고교야구의 맹주를 자부했던 도시다. 그러나 대구의 스타들에겐 ‘우승 못한 죄’가 한으로 남았다. 삼성을 우승시킨 두 감독은 다름 아닌 타이거즈 출신이었다.
올 시즌 삼성은 25년간 라이온즈에서만 몸담은 류중일 감독의 부임과 함께 권영호·강기웅·김성래·성준 등 프랜차이즈 스타를 코치로 복귀시켰다. 대구의 ‘삼성맨’들은 또다시 ‘타이거즈’라는 이름의 팀에 질 수 없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2000년대의 양웅, 삼성 vs SK
힘 못 쓰고, 선동열 퇴진 … 지난해 0-4 완패 설욕 별러
류중일 삼성 감독(左), 이만수 SK 감독대행(右)
90년대에 주춤한 삼성 야구는 2000년대 들어 중흥기를 맞았다. 2005~2006년 연속 우승할 때만 해도 삼성의 독주는 오랫동안 이어질 것 같았다. 그러나 2007년 SK라는 신흥 강호가 등장했다. SK는 이후 지난해까지 네 시즌 동안 모두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세 번 우승했다. 2000년대 초·중반은 삼성, 후반은 SK의 시대였다.
두 팀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처음 만나 SK가 우승했다. 선동열 전 감독의 ‘사실상 해고’에는 시리즈에서 무기력하게 4전 전패했다는 이유도 있었다. SK를 이끈 김성근 전 감독은 올 시즌 도중 퇴진했다. 그 뒤를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 이만수 감독대행이 이었다. 이 대행은 은퇴 뒤 삼성 구단과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선수단은 지난해 완패의 설욕을 위해, 그리고 구단 프런트 입장에서도 절대 지고 싶지 않은 상대이기도 하다.
최민규 기자